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다툼에 대해 “외교안보 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의 다툼은 단순히 인간 관계나 덕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정부’의 한 단면이다. 청와대는 4강 외교 등과 관련한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교부를 배제해 왔다. 노무현정부 시절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고 하지만 차관급인 그가 자신보다나이도 많은 강 장관과 말다툼을 벌일 정도로 청와대의 힘이 세다.

김 차장은 미국 변호사 출신의 통상전문가로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제로섬 게임에 익숙하다. 반면, 외교는 윈-윈을 지향한다. 워싱턴의 생리를 잘 모르는 김 차장의 대미 외교 행보에 대한 우려가 많다. 게임의 규칙이 다른 무역 협상 경험을 외교 안보 분야에 적용하면서 외교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의 수석대표로 외교 경험이 없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검토되고 있는데 대한 걱정도 같은 맥락이다.

강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김 차장과 다툰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것도 청와대와 외교부 간 갈등을 이제는 노출시켜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 한 호텔 공개 장소에서 문건에 오타와 비문이 많다며 외교부 담당자를 질책했다.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하자 그는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고 맞받았고, 이후 영어로 말싸움을 계속해 외국 외교관들도 지켜봤다고 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대일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 차장은 지난 7월 미국 방문 당시에도 “미국에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며 비외교적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외교부를 소외시킨 채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주도하고 “미국도 파기 결정을 이해했다”는 청와대 발표가 나오게 한 당사자다. 동맹 외교에서 신뢰가 중요하지만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그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가에서 떠돌던 김현종 리스크가 현실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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