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가 최근 청와대의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 추진 발표와 관련해 “주한미군 기지 15곳은 이미 비워져 폐쇄됐고 대한민국 정부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18일 밝혔다. 주한미군 기지 오염 정화 문제가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카드로 거론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기지를 조속히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차일피일 미뤄졌던 주한미군 기지 반환 논의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코앞에 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양상이다.

주한미군은 이날 “26개의 미군기지 중 한국 정부가 가능한 한 조기에 반환하길 특별히 요청한 4개의 기지, 즉 캠프 호비 사격장, 캠프 이글·롱·마켓을 포함한 15개 기지는 이미 비워져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용산기지의 2개 구역은 이미 비워져 폐쇄돼 반환이 가능하고 용산기지의 다른 3개 구역도 올해 여름부터 반환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후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조기반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4개 기지를 포함해 15개 기지를 반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은 80개 주한미군 기지 중 54개를 한국 정부에 반환한 상황이다. 남은 26개 가운데 19개는 반환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7개는 반환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환 기지 정화비용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막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토지 임대료, 인건비뿐 아니라 정화비용 등 과거에 방위비 분담금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 정부의 부담 내역을 미국 측에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 부평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마켓 1곳만 해도 토양오염 정화에 615억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미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을 위해선 한국 측의 정화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거나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 연합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 항목에 새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할 수 있다. 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보다 배 많은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 이상 증액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는 20일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인 험프리스를 처음 방문해 로버트 에이브럼스(사진)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나는 것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와 무관치 않다. 미군의 해외 주둔 단일기지 중 최대 규모인 험프리스에 한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행보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험프리스 기지 건설비 10조8000억원 중 90% 이상을 부담했다. 군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방한했을 때 험프리스 기지를 방문하도록 한 것도 주한미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예산 부담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하는데 이 기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