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오염도 측정.

에볼라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러시아의 한 생물학 연구시설에서 16일(현지시간)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러시아 당국은 안전상 어떠한 위협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지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7일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인근 콜트소보시에 위치한 국립 바이러스 및 생명공학연구소 ‘벡터’의 한 실험실에서 전날 가스통이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불로 실험실에 있던 근로자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연구소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다수 보관한 시설이라는 점이다. 1974년 설립된 이 시설은 냉전 시기 구소련의 기밀 생화학무기 개발의 중추 역할을 했다. 소련 붕괴 후에는 조류인플루엔자와 에볼라 등을 연구하는 시설로 바뀌어 다량의 바이러스를 백신 개발 연구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는 연구소는 단 두 곳인데 그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4년 이곳에선 실험 도중 주삿바늘에 찔린 한 연구자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지는 일도 있었다.

콜트소보시의 시장은 사고 후 국영언론에 “별다른 생화학물질 유출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도 성명을 통해 “6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5층 검사실에서 폭발이 있었다. (폭발 당시) 건물 내부에서 생물학적 물질을 사용한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며 혼란 수습에 나섰지만 현지 주민들은 동요하고 있다.

지역의 한 소셜미디어 게시판에는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세계의 종말을 환영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다룬 인기 TV드라마를 거론하며 “우리도 앞으로 20년 안에 체르노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똑같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인 라시드 알리모프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은 연구소 폭발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 당국의 안전에 대한 부주의한 태도가 또다시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8월에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에 위치한 군사기지에서 미사일 추진체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해당 장소가 핵미사일 발사 시험장으로 알려진 곳인 데다 사고 당시 인근 지역 방사능 수치가 평균 수준의 20배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이 방사능물질 유출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은폐 의혹이 일었다.

이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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