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 당시 치안본부장이 1988년 12월 경기지방경찰청에 설치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를 찾아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방향에 대해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강간 살해됐으나 진범이 잡히지 않은 채 미궁에 빠진 역대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연쇄살인사건이며 세계 100대 살인사건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인했다.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다. 수사대상자는 2만1280명, 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고 원시적인 수사기법으로 무고한 남성 3명이 용의자로 몰려 자살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숨지는 등 우리나라 경찰 강력범죄 수사 역사에 뼈아픈 오점을 남겼다.

첫 사건은 86년 9월 19일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현 안녕동)에서 71세 노인의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86년 두 차례, 87년 세 차례, 88년 두 차례, 90년과 91년에 각각 한 차례씩 5년간 총 10회에 걸쳐 불특정 다수의 여성 10명이 차례로 강간 살해됐다. 사건 모두 태안읍 반경 2㎞ 이내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처음에 일반적인 개별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86년 10월 박모(25세·2차)씨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화성경찰서에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던 중 같은 해 12월 이모(23세·4차)씨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경찰은 이듬해 1월 화성경찰서에 있던 수사본부를 경기경찰청 단위로 격상하면서 86년 9월 15일 발생한 이모(71세·1차)씨 피살사건을 1차 사건으로 분류하는 등 사건을 재조정했다. 그런 사이 또다시 86년 12월 실종된 권모(24세·3차)씨 시신이 87년 4월 발견됐다.


경찰은 번번이 용의자 검거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원시적인 수사기법 탓에 현장도 보존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증거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용의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우범자나 동종 전과자를 잡아들여 폭행하거나 엉뚱한 용의자를 검거해 고문하고 강제 자백을 받아내는 일도 수차례 발생했다. 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범인은 경찰 수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사망을 빠져 나갔다.

결국 8차 사건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건의 범인도 잡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단독범 소행인지, 다수 범인에 의한 개별 사건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해결된 8차 사건의 경우 현장에 남아 있는 모발을 증거로 89년 7월 27일 윤모(22)씨를 검거했으나, 경찰은 다른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사건의 주요 특징은 오전 6시쯤 일어난 1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건은 주로 오후 7시~밤 11시에 일어났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인데 젊은층에 국한되지 않고 연령이 52세(7차) 69세(10차) 71세(1차) 등으로 다양하다. 피해자 주요 신체 부위가 크게 훼손되고(4·6·7·9차) 사건 현장이나 피해자 신체 안에서 정액 또는 머리카락·담배꽁초 등이 발견됐다는 점도 특이하다. 피해자 대부분이 목이 조여 살해됐고, 피해자 몸에서 여러 개의 복숭아 조각이 나온 점, 신체 부위가 흉기에 의해 크게 훼손된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대범해 국민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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