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국내 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마침내 붙잡히면서 강렬한 카피를 내세워 해당 사건을 다뤘던 영화 ‘살인의 추억’이 재조명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인 ‘살인의 추억’은 2003년 개봉해 5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워낙 뛰어났지만 그보다 소재가 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결과였다.

영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와요’(1996)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86년 9월부터 91년 4월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서는 주먹구구식의 지역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과 서울 시경에서 자원해 온 젊은 형사 서태윤(김상경)이 주축이 돼 사건을 추적한다. 형사들이 알아낸 것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 대상이라는 공통점뿐이다. 이를 이용해 함정 수사까지 벌여보지만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현실과 마찬가지로,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영화는 끝난다. 시대의 총체적 무능을 역설한 것이다.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기억하는 것 자체가 범인에 대한 응징의 시작”이라며 “이 영화를 통해 80년대 우리가 왜 그렇게 무능했고, 왜 범인을 잡지 못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