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이 시대 청소년에게 귀 기울여주며 따뜻한 시선 보내주세요”

<2부> 빌드업 생명존중문화 ③ 위기 청소년 도우미의 조언

주원규 목사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청소년 사역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주원규(동서말씀교회) 목사를 만난 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카페에 들어온 주 목사는 “보통 이런 곳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가 말한 친구들은 소년원에서 출원해 보호관찰 기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이다.

“24시간 문 여는 카페, 번화가의 술집, 패스트푸드 식당 등이 주요 접선장소죠. 처음엔 열 중 아홉이 용돈 달라는 얘기로 연락해 옵니다. 문자로 계좌번호만 보내주는 친구들도 많아요.(웃음)”

주 목사는 2012년부터 가출청소년, 성폭행 피해 청소년 등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만나 사회구성원으로의 회복을 도왔다. 2016년엔 자신이 돕던 청소년들과 연락이 두절되자 이를 추적하다 강남의 클럽에 6개월간 잠입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은 올해 초 ‘버닝썬 사태’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큰 주목을 받았다(국민일보 3월 13일자 1면 참조).

주 목사는 가출청소년이 겪는 상황 속에 강력범죄, 극단적 선택, 중독, 낙태가 모두 담겨있다고 했다. “친족한테 성폭행을 당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집안에 있을 수 없어 가출을 했고 트라우마로 인해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어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 충격을 잊기 위해 마약에 빠졌고 마약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성매매에 노출됐죠. 그게 원치않는 임신으로 이어지고 낙태까지 하게 됐습니다. ‘생명’에 대한 의식이 점점 희박해질 수밖에 없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작가이자 목사로 살아가는 그에게 밤과 새벽 시간은 ‘5분 대기조’ 생활과 다름없다. 아이들이 주로 연락해오는 시간대가 오전 1~5시이기 때문이다.

“낮엔 집필, 강의 등을 하고 밤엔 친구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요즘엔 주로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이 오는데 영등포 신도림 부평 인천 등 지역도 다양해요. 서둘러 만나러 가지 않으면 대화 나눌 시간이 짧아져 근황을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면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도, 회복을 도울 기회도 잃게 되죠.”

그가 만나는 청소년들에겐 번호가 하나씩 붙는다. 8호 9호 10호…. 죄의 경중에 따라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년까지 소년원에 송치된 처분 번호다. 출원 청소년 10명 중 9명(90.4%,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2017년 기준)이 보호관찰기간 1년 이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그중 다시 소년원에 들어가는 비율이 14%(2016년 기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목회자의 회복 사역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주 목사는 “아이들에겐 분명 자정능력과 다시 출발하려는 힘이 있다”며 “중요한 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경험한 끝에 도움을 주는 방법과 과정도 다듬어졌다. 술값으로는 절대 용돈을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여러 차례 나눠 지원을 하더라도 한 청소년에게 주는 총액은 50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받은 용돈을 쓸 때는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휴대전화로 주 목사에게 보내게 한다.

“초반엔 용돈 달라고 연락하는 주기가 짧다가 점점 길어집니다. 아르바이트를 찾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죠. 전에는 담배를 하루 한 갑 폈는데 이젠 3일에 한 갑 피운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다른 영수증을 거짓으로 보내는 경우도 없진 않겠죠. 저도 친구들도 잘 압니다. 진짜 감시할 목적은 아니라는 걸요.”

지금은 아이들과 햄버거를 먹으며 30분만 얘기해도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됐다. 주 목사는 “툭툭 뱉는 욕설 하나에도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대화 중에 자학적인 욕을 많이 섞어 말하는 친구는 자살위험이 높은 상태라고 보고 추가로 상담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주 목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청소년들의 폭력성이 부쩍 강해지고 윤리적으로 둔감해졌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영상미디어의 폭력성이 심해지고 폭력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들이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생명에 대한 가치판단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원규 목사(왼쪽 첫 번째)가 2016년 5월 서울 서대문구 성폭력예방센터에서 성폭력 피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치유글쓰기를 하는 장면이다. 송지수 인턴기자

주 목사가 청소년들에게 회복의 도구로 전하는 게 용돈 말고 또 있다. 바로 ‘공감 글쓰기’다. 20권 넘게 출간한 작가 주원규로서 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다. 지방 소년원이나 성매매피해여성 자활센터를 찾아가 수업을 갖곤 한다. 서울 중구에선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모임을 갖는다. 얼마 전부터는 부모의 인식변화가 가정과 자녀교육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학부모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도 하고 있다.

주 목사는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섬세하게 돌아볼 수 있는 훌륭한 기법”이라며 “자존감이 높아지면 삶에 대한 목표가 생기고 삶 자체가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정의 해체를 막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통로로서 교회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의 청소년 사역에 대해선 “포기하지 말고, 가르쳐 주기보다 들어주기에 힘쓰자”고 제안했다.

주원규 목사가 진행하는 연극 테라피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지난해 9월 안양의 한 연습실에서 역할극을 하는 모습. 송지수 인턴기자

주 목사는 인터뷰 내내 청소년들을 ‘친구’라 칭했다. 그가 가출청소년과 나눈 이야기들을 담은 책 ‘길 위에 선 아이들과의 인터뷰-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에 적은 글귀에서 청소년을 향한 시선과 지향해야 할 태도가 엿보였다.

‘난 듣기로 했다. 그냥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듣고, 알고 싶었다. 어떤 펀견도 갖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대부분 답을 알고 있다. 누군가 자기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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