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여정이 그렇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타도한 4·19혁명, 박정희 18년 장기 집권을 무너뜨린 기폭제가 된 부마민주항쟁, 신군부에 짓밟힌 민주주의를 되찾으려 일어선 5·18민주화운동,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 속에 오늘에 이르렀다.

유신독재가 극에 달했던 1979년은 혼돈의 시기였다. 선명 기치를 내건 김영삼이 제1 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더욱 거세졌고, 그럴수록 박정희 정권의 탄압은 심해졌다. 이즈음 있었던 일련의 유신반대 시위 가운데 가장 대표적 시민저항운동이 부마항쟁이다. 이 해 10월 16일 부산대 학생들의 거리시위로 촉발된 항쟁은 18일 마산 일대로 확대됐다. 박정희 정권은 부산에 비상계엄령을, 마산 일원에 위수령을 선포해 1500여명을 연행하고 100여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부마항쟁은 민주화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으나 이듬해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에 가려 저평가 된 면이 없지 않다. 4·19혁명 기념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6·10민주항쟁 기념일은 진작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음에도 정부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부마항쟁기념일을 지정한 것은 때늦었다. 창원에선 시위가 마산까지 확대된 10월 18일을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으나 창원의 양보로 16일로 확정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부마항쟁 기념식은 올해부터 매년 정부 주관으로 10월 16일 열린다.

부마항쟁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됨으로써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일은 51개로 늘었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기념식이 열리는 셈이다.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은 10월로 국군의 날(1일), 노인의 날(2일), 세계 한인의 날(5일), 재향군인의 날(8일), 체육의 날(15일), 부마항쟁기념일(16일), 문화의 날(셋째 토요일), 경찰의 날(21일), 국제연합일(24일), 교정의 날(28일), 지방자치의 날(29일), 금융의 날(마지막 화요일)까지 12개가 몰려 있다. 4월이 11개로 그다음으로 많다. 반면 1월, 8월, 9월은 기념일이 하나도 없다.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정 이후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국민과 괴리된 정부만의 기념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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