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경제에 대한 논의조차 사라진 듯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총력 대응을 해도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경제 상황인데 제대로 논의해 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는 데서 기업인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안타까운 심정을 읽을 수 있다.

극심한 정쟁과 국회 파행으로 인해 각종 법 개정과 규제 개혁이 늦어지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민생 경제법안들이 쌓여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산업안전보건법 등 소재·부품 분야 경쟁력 강화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필요하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도 7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광주형 일자리 참여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 등 정부 지원도 발이 묶여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피폭으로 인한 유가 급등 우려 등 리스크들이 산적해 있다.

박 회장은 “대내외 요인이 한두 개만 쌓여도 상당히 힘든데 지금은 종합세트로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되면 기업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국민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지난 7월에도 “이제 제발 정치가 놓아줄 것은 놓아주어야 할 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가 경제를 도와 주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업계의 숙원인 P2P(개인 간 거래) 금융법이 처리되자 그는 만세를 부르며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법사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멈춰서 있는 상태다.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29.4%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립이 더 심해질 우려도 있다. 경제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조국 사태로 인해 국민적 에너지를 빼앗기고 경제가 잊혀지고 있는 상황부터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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