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씨가 수감돼 있는 부산교도소를 19일 출입문 밖에서 바라본 모습. 이씨는 1994년 처제 살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년부터 이곳에 수감돼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이모(56)씨를 특정한 결정적 단서는 5·7·9차 사건 때 확보한 3건의 DNA였다. 당시 피해자 유류품에서 채취한 DNA가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반기수 수사본부장 주재 브리핑에서 “용의자의 DNA가 화성 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청은 지난 7월 15일 증거물에서 확보한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매년 화성 사건 관련 제보가 10여건씩 들어오는데, 그즈음 꽤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몽타주와 너무 비슷한 사람이 있다, 틀림없는 범인이다’는 제보가 교도관 등을 통해 들어왔다”며 “‘이게 맞다면 대박이다’는 심정으로 DNA를 국과수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제보는 이씨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DNA 분석 결과를 8월 9일 대검찰청에 보내 ‘수형인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검 과학수사부 산하 DNA화학분석과 관계자는 “국과수로부터 의뢰 받은 당일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을 회신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한 달여 전 이미 이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됐던 것이다. 이 관계자는 “DNA 감정 결과 동일인이 아닐 확률은 ‘10의 23승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수형인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지난달 기준 16만9180명의 정보가 수록돼 있다. 이씨의 정보는 2011년 10월 채취해 이듬해 1월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의 DNA가 검출된 3건의 사건은 범행 장소와 수법, 시신 유기 방식이 판박이라 불릴 만큼 유사하다. 1987년 1월 10일(5차) 화성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에서 홍모(18)양이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는데, 스타킹으로 손이 묶이고 입에 양말이 물려진 상태였다. 이듬해 9월 7일(7차) 화성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에서 살해된 안모(52)씨와 1990년 11월(9차) 화성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발견된 김모(13)양 역시 양손이 결박돼 있었다.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를 제외하면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되는 등 수법이 비슷했다.

나머지 6건에 이씨가 관련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단서는 아직 없다. 이씨는 DNA 결과가 나온 직후 이뤄진 경찰의 1차 접견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수사본부장은 “DNA가 일치한다는 것은 하나의 수사 단서”라며 “과거 수사 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해 진실을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57명의 수사본부를 꾸려 DNA 감정, 사건 관계자 조사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씨를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게 된다.

일각에선 이씨가 진범이 맞느냐는 의구심도 보이고 있다. 이씨의 처제 강간 살인 2심 판결문에는 혈액형이 ‘O형’으로 적시돼 있는데, 과거 경찰이 추정한 화성 연쇄살인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4·5·9·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이같이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작은 단서라도 잡으려 했던 것”이라며 “확실하게 B형이라고 단정한 것 같지는 않다.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수원=조민아 기자, 박상은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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