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오하라 (15) 남편과 함께한 아름다운 하와이 여행

노래 스승 임청화 교수님 제안 받고 볼 수 없는 경치라 감흥은 없지만 해외 여행 못한 남편 위해 가기로

지난해 12월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남편과 다정하게 한 컷. 비행기 타길 늘 두려워했던 내가 남편을 위해 선택한 특별한 여행이었다.

비행기 엔진 소리가 점점 커졌다. 진동이 몸에 느껴지자 두 눈을 꼭 감았다. 유난히 겁이 많은 나는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를 주문처럼 외웠다. 의자를 ‘꽉’ 붙들었다.

하지만 비행기는 너무도 가뿐히 날아올랐다. 모든 것은 내 주문처럼 괜찮아졌다. 남편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날아가고 있었다. 노래를 지도하는 스승 임청화 교수님과 아들 남석이도 함께했다.

외국행 비행기를 타는 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필리핀이었는데 그리 장시간 비행이 아닌 데도 무척 겁을 먹었다. 배편으로 일본을 갈 때 파도가 심해 일행 모두 뱃멀미로 고생할 때도 혼자 멀쩡했던 내가 유독 비행기라는 낯선 것에는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하와이까지 가는 장시간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임 교수님의 제안 때문이었다. 교수님과 우연히 같은 무대에서 찬양했고 교수님께서는 형편이 어려운 나의 사정을 아시고는 아무런 조건 없이 레슨해주고 계신다.

그날도 레슨을 받기 위해 학교로 교수님을 찾았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교수님께서 가족과 하와이 여행을 준비했는데 일정이 여의치 않아 가족 중 일부가 못 가게 됐고 마침 우리 부부와 함께 가자고 제안하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말로만 듣던 하와이를 가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편을 위해 하와이를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앞을 볼 수 없는 나는 어디를 가든 크게 감흥이 없다. 경치라는 것이 눈으로 봐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눈 감고 있으면 내 집 안방이나 그랜드캐넌이나 내겐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시각장애인분들도 계실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해외에 별로 나가보지 못한 남편을 위해 함께 하와이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임 교수님 아들 남석이가 낯을 가려 따로 관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하와이로 출발하기도 전부터 걱정이 됐다. 남편이나 나나 영어를 잘 못 하는데 어디서 길이라도 잃고 헤매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불안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남석이는 남편을 정말 좋아했다. 오히려 교수님과 내가 사라진 두 남자 때문에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여하튼 남편은 하와이에서 원주민처럼 돌아다녔다. 남석이는 그런 남편을 보고는 교수님께 여행 다닐 때는 무조건 우리 부부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와이는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비록 볼 수는 없었지만 신선한 공기와 파도 소리,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들이 좋았다.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은 12월인데도 따뜻했다는 점이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나로선 집에 돌아가기 싫을 정도였다. 하와이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흰 지팡이를 짚고 다니자 사람들은 물론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까지 모두 지나갈 수 있도록 정지해 주는 것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있어 좋았다. 하와이에 도착한 첫날부터 집이 그리웠는데,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고 막상 떠나는 날엔 아쉬웠다. 남편을 위해 처음 떠난 먼 여행길. 우리 인생도 이런 여행이 아닐까.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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