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공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가 엄연히 범죄임에도 처벌·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는데, 요 며칠 동안은 공표 금지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문제 되는 ‘피의사실’이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된 것이니, 그 공표를 막는 것은 권력자의 범죄를 은폐하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억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그러한 사건이 아니라도 국민은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있는 피의사실에 대해 알권리가 있고, 국민이 알아야 수사기관을 견제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의 논의 상황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무엇보다 피의사실공표와 알권리는 서로 맞서는 개념이 될 수 없다. 피의사실공표는 현행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 행위다. 형법이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이유는 그 행위가 다른 사람이나 사회공동체의 법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피의사실의 공표는 피의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의 기본적 인권과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무수한 법익을 침해한다. 이러한 권리와 법익은 모두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알권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헌법과 법률 어디에서도 알권리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에서 굳이 찾는다면 언론의 자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알권리가 다른 헌법적 권리와 동등하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중요한 권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침해되는 권리들보다 우선되는 권리가 될 수 없고, 피의사실공표는 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 인권 침해 이유가 구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검토해 보자.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사실을 기재한 공소장 한 가지만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공소사실과 관련된 증거를 같이 제출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법관이 선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피고인 측에서 반론할 기회도 갖지 못했는데 검사가 먼저 범죄사실의 증거를 법관에게 전달하면 법관은 검사의 주장에 기울게 마련이다. 그러한 점에서 피의사실공표는 더 나쁘다. 피의자는 수사기관이 어떤 내용을 수사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상황에서 피의사실과 증거가 된다는 사실, 정황에 관한 사실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수사기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법관은 사전에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알권리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피의사실공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또 다른 문제점은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해야만 알권리가 채워질 수 있다는 착각이다. 수사기관의 주된 의무는 국민의 알권리를 채워주는 일이 아니다. 알권리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이 부담해야 할 의무이다. 피의사실공표죄는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의 공표만 금지하고 있다. 수사기관 아닌 언론에서 수사 중인 사실을 취재·보도하는 것까지 범죄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공소가 제기된 후 공소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피의사실이 아니므로 범죄가 아니다. 나아가 법원의 공판과정은 모두 공개된다. 알권리를 충족시킬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동안 피의사실공표가 과연 알권리에 기여해 왔는지, 다른 목적에 이용되었는지를 따져보라. 침해되는 것은 수사기관이 편법으로 수사할 권리, 언론이 편하게 취재하고 책임 없이 보도할 권리일 뿐이다.

피의사실공표는 엄연한 범죄임에도 수사기관의 범죄라서 수사기관에 의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피의사실공표가 일상적인 일이고 공표하지 않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원칙과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피의사실공표는 처벌되어야 하고, 다른 범죄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당화 사유가 있을 때만 매우 제한적으로 용인되어야 한다. 피의사실공표를 허용할 방안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피의사실공표를 방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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