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국회 의석이 6개에 불과한 군소정당이다. 하지만 존재감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 이유로는 우선, 자기만의 색채와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이다.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당 강령과 이에 맞춘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차별화된 정책 정당을 표방했다. 같은 진보 정당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선택적 공조를 통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전략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인사청문회나 국회 정책 공방에서 건전한 양식과 국민 여론에 기반해 균형 잡힌 의견을 내놓는 정당이라는 신뢰를 얻은 게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을 고위 공직자 부적격 리스트인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결정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결정에 대한 당원들의 항의가 탈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7%를 기록, 9월 1주 차 조사보다 2% 포인트 하락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으로 당의 상징과도 같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까지 이번 결정에 실망해 탈당계를 냈다. 창당 7년 만에 최대 위기다.

심상정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조국 구하기’에 동참한 데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선거제 개혁법안 처리를 위해선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선거제 개혁법안의 주요 내용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의당 지도부한테 정략적 계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질책하는 건 비현실적일 것이다. 정당의 최우선 목표는 권력 획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 카드로 내놓아야 할 것이 해당 정당의 존재 목적과도 같은 정체성이나 핵심 강령이라면 곤란하다. 정의당이 조국 장관 구하기에 나서면서 포기한 공정과 정의는 정의당엔 당명에도 새겨진 핵심 가치다. 정의당은 당의 존망이 걸린 마지막 순간에도 이들 가치는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의당의 문제는 정의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략적 판단과 정치공학적 계산이 정치의 모든 것처럼 돼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대부분 정당의 내부 역학이 다르지 않다. 아니 거대 정당일수록 더 심하다. 조국 사태를 아직도 표 계산의 관점으로 보는 정당은 민심을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은 것이다. 각 정당이 조국 사태를 통해 핵심 강령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