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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신종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눈에 띄는 합의 내용 없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조만간 숨가쁘게 진행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나라가 온통 조국 사태에 매몰돼 있는데다 회담 내용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문제인 조국 사태와 비교가 안 되는 큰 이슈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한반도 평화 문제다.

당초 유엔총회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급하게 잡혔다. 지지부진하던 북·미 협상이 재개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내용이 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외교적 수사 외에 손에 잡히는 내용이 거의 없었던 것도 서둘러 회담을 갖다 보니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만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4일 국정원이 국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월 부산 한·아세안 회담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도 대선이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상대로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약속을 재확인했다.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전쟁이 났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두 정상은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전쟁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 등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17분 동안 평화라는 단어를 54차례 사용했다.

조만간 열릴 북·미 실무협상에서는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문제가 북·미 간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두 정상이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새로운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무협상 몫으로 남겨둔 것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전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이 북·미 대화를 방해했다며 새로운 방법을 거론했다. 북한은 선 핵 폐기-후 보상으로 요약되는 리비아 방식에 반대하며 단계적 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북·미가 실무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다시 중재자나 촉진자로 나선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 바람은 지금은 잘 느끼기 어려운 미풍일 수 있다. 하지만 연말쯤 태풍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내년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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