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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재중] 미세먼지 시즌제, 과감하고 정교하게


완연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가시거리가 길어 여의도에서 관악산 연주봉이 손에 잡힐 듯 선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불청객 미세먼지가 찾아오면 시야는 다시 흐려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는 건강을 위협하고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제약해 재난으로 규정되고 있으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이 빛났다. 중학생부터 주부, 택시운전사, 환경미화원, 외국인까지 1000명의 시민이 ‘미세먼지 시즌제 대토론회’에 참석해 다 함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세먼지 시즌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자주 발생하는 12~3월 평상시보다 강력한 감축정책을 추진해 고농도 발생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집중관리 대책을 말한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12~3월에 월평균 농도가 높고 나쁨일수가 많다. 따라서 일회성 비상저감조치로는 한계가 있고 기간을 정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미국 도시는 물론 이웃 나라 중국 베이징에서도 미세먼지 시즌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환경부 장관과 수도권 3개 시·도 단체장 면담 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제안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국외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왜 국내 미세먼지 감축에 집중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가 간, 도시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고 그 성과를 공유하면서 중국에도 강도 높은 미세먼지 감축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서울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3~8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90.4%가 필요성에 공감했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에 대해서도 10명 중 7명이 동의했다.(표본오차 ±3.1% 포인트, 신뢰수준 95%) 시민대토론회 참석자들도 96%가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에 찬성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올해는 사대문 안에서부터 5등급 차량운행을 제한하고 시 전역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시즌제 최우선 과제는 자동차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이다. 5등급 차량 대수는 전체 등록 차량의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뿜는 미세먼지는 전체 차량의 53%를 차지한다. 5등급 차량은 서울 16만대, 인천·경기 46만대 등 수도권에만 62만대가 있다. 특히 경유차 배출가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로 건강 위해도가 높고 생활권 주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는 미세먼지 감축 대상으로 가장 우선 고려되어야 할 배출원이다. 미세먼지 시즌제 기간 서울에서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면 자동차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의 16.3%, 질소산화물 9%가 줄어든다고 한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시즌제 역점사업으로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외에 행정 공공기관 주차장 출입차량 2부제 실시, 시 공영주차장 요금 상향 및 할증,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관리 강화, 적극적인 난방에너지 사용 절감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도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은 차량 운행제한과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관리 강화를 효과적인 정책으로 꼽았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미세먼지 시즌제를 시행하되 생업에 지장이 있는 자영업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시민들에게도 적극 홍보해서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또 서울시만 시행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경기도와 인천시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시범 실시하고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중심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국회도 신속하게 법적 근거를 마련해 뒷받침해야 한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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