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BLI 지수에서 OECD 40개국 가운데 30위
한국인의 주관적 삶의 질 수준이 낮은 것은 갈등을 해결하려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에서 최우선 가치로 고려됐던 소득수준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 심화, 근로시간 증가, 지구온난화, 수질 및 대기오염 악화, 집단 간 불신과 갈등 심화 등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만족도는 향상되지 않았다. 이에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도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지표 개발을 위해 2003년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창립 50주년인 2011년부터 포괄적인 삶의 질 지표인 BLI(Better Life Index)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는 물질적 생활조건과 함께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포함하는 사회적 가치의 영역을 포괄한다. 또한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와 ISO 26000 등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진 국제기구들은 공통적으로 인권, 안전, 노동, 건강·복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상생협력, 지역경제, 일자리, 공동체, 환경지속성 등을 사회적 가치 범주로 중요시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기준 BLI 지수에서 OECD 40개국 가운데 30위에 머물렀다. 영역별로 건강(10위), 교육(13위) 및 시민참여(16위)는 상위권이었으나 공동체(40위), 환경(40위), 삶의 만족(36위), 일과 삶의 균형(37위)은 순위가 매우 낮았다. 한국인의 주관적 삶의 질 수준이 낮은 것은 고도성장의 부작용으로 부와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지역·세대·이념진영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이를 해결하려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 또는 포용적 성장을 국정운영의 핵심 이념으로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정책을 펼쳐 왔다. 2017년 8월 최종 확정된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체계는 국가비전,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로 구성됐다. 100대 국정과제에는 안전,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회통합,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환경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과제가 대폭 포함됐다. 현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정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점검하고, 성과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설정한 국정과제의 성과점검 및 평가도구로 국무총리실과 정부업무평가위원회가 공동으로 총괄하는 정부업무평가제도의 틀을 활용하고 있다. 노무현정부가 도입한 정부업무평가제도의 틀에 이명박정부는 녹색성장과제를 포함한 국정과제 평가를 포함시켰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역대 정부 최초로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을 기초로 선정한 국정과제 전체를 정부업무평가의 핵심으로 자리잡도록 하였고, 문재인정부에서 그 비중을 대폭 상향 조정해 국정과제가 핵심 평가영역으로 확고하게 정착됐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평가, 공기업 및 공공기관 평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평가 등 전체 평가 부문에서 국정과제에 대한 성과 창출이 강조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정부업무평가를 통해 사회적 가치 실현의 성과를 거두고자 노력했지만 집권 2년차까지도 여러 범주의 사회적 가치를 균형있게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려면 성과 창출에 참여하는 제도적 행위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협력이 요구되며, 이들이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과관리제도를 다음과 같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중앙부처 평가, 공기업 및 공공기관평가, 그리고 지자체 평가 사이의 연계성을 강화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성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국정목표 및 전략 차원의 성과지표 선정과 관리가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현재와 같이 실천과제 수준의 성과지표 관리체계를 유지하면서 상위 차원인 20대 국정전략 및 5대 국정목표 수준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의 진척 정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대표성 있는 성과지표를 개발·관리해야 한다.

셋째, 2~3년 또는 5년 주기의 중기적 관점에서 별도의 점검 및 평가체계를 구축해 국정전략의 주요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한편 그 점검 결과가 개별 국정과제와 실천과제 내용에 반영되도록 신축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국민들이 누구나 쉽게 평가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관별 평가등급 공개는 물론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 내용도 보다 상세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성과평가 결과와 부처별 예산과의 연계, 성과포상금 확대 등 재정적 인센티브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집권 후반기에 사회적 가치 실현의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국정과제의 성과관리를 강화해 국민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남궁근(서울과기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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