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연간 성장률 1%, 시장금리 0%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17년 3.1%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2.7%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단기 성장률의 등락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장기적 경제 기초체력을 가리키는 잠재성장률 추이다. 한국은행은 2.8~2.9%로 추정했던 잠재성장률을 최근 2.5~2.6%(2019~2020년)로 낮춰 잡았다. 성장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장금리도 급락세다. 대표적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 금리는 지난해 10월 2.01%였지만 지난달 1.17%로 떨어졌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1% 중반 정도인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년 안에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이 만성화되면서 장기적으로 국고채 금리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금리, 저성장이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추세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은 문재인정부 들어 2년여 만에 0.3% 포인트나 급락했다. 잠재성장률이 이처럼 빠르게 떨어지면 사회와 경제에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 미래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정부는 저성장, 저금리의 이유로 인구구조 변화를 빼놓지 않는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성장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인구 문제를 저성장, 저금리의 핵심 요인으로 보는 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인구 변화는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 투입(노동공급), 자본 투입(자본축적), 총요소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 중 노동 투입과 관련된다. 선진국이나 선진국에 근접한 성숙한 경제에서는 나머지 요인인 자본 투입, 특히 인적 자본의 질과 제도 등 전반적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는 총요소생산성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규제와 진입장벽을 완화하며 기술혁신을 유도하는 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이 핵심이다. 지금 같은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힘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구조적 저성장이 뚜렷해졌는데도 정책 당국자의 발언이나 각종 자료에서 ‘구조 개혁’이라는 구절조차 보이지 않는다. 저성장 원인을 인구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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