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8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6194억 달러로 세계 12위였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00달러로 30위지만 소규모 부자 나라를 제외하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를 가리키는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한 사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 60여년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감추고 싶은 모습도 있다. 대표적인 게 높은 자살률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자살자는 1만3670명이다. 2017년보다 9.7%(1207명) 늘어난 것으로 하루 평균 37.5명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제 비교에 사용해 온 지표인 연령표준화자살률(표준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018년 우리나라가 24.7명으로 OECD 회원국 1위다. 평균(11.5명)의 배가 넘는다. 2003년 이후 줄곧 1위였다가 뒤늦게 가입한 리투아니아에 잠시 선두를 내줬지만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3.8명까지 치솟은 후 하락세를 보였던 자살률이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게 심상치 않다.

살 의지와 희망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병든 나라다.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며 축포를 쏘기에 앞서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유는 제각각일 테지만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경제적인 문제라고 한다. 실제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경제 침체기에 자살률이 치솟고, 경제 빈곤층에서 자살자가 많이 발생한다. 58.6명(2015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의 3배를 웃도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으려면 상담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의 직접적인 대책을 추진해야겠지만 빈곤 문제 해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키우고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절실한 이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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