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21>] 뇌병변·언어장애 부모 일거리 없어 식비 대기도 빠듯

<21> 지적장애 앓는 세진이

심현경(가명)씨가 지난 19일 강원도 원주의 집에서 아들 문세진군을 안은 채 다독이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지난 19일 오후 강원도 원주 남산로의 교회 어린이집. 한 부부가 안으로 들어서자 선생님이 세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엄마가 어깨에 걸친 아기띠에 한 살배기 아이를 익숙하게 둘러메자 첫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빠”하며 남자의 허벅지를 끌어안았다.

남은 아이는 말이 없었다. 그저 엄마 손을 잡고 나섰다. 세진(3·지적장애)이네 다섯 식구의 어린이집 하원 모습이다.

선천성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세진이는 생후 2년이 지나고 나서야 장애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 문태현(가명·36·뇌병변장애)씨와 어머니 심현경(가명·29·언어장애)씨의 눈엔 그저 말이 조금 느린 아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문씨는 “형편이 어려워 소아과 건강검진을 미루다가 지난해 초 기회가 돼 검진을 받았을 때 비로소 알게 됐다. 더 일찍 치료받을 수 있게 했어야 하는데 세진이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아들의 머릴 어루만졌다.

검사에서 발견된 건 발달지연과 지적장애만이 아니었다. 세진이의 소견서엔 사두증(태어날 때 엄마 뱃속에서 머리가 눌리거나 한쪽으로 눕는 습관 때문에 두개골이 비뚤어지는 증세)과 꼬리뼈함몰도 함께 적혀 있었다. 심씨는 “더 심해지면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회상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더딘 세진이는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했다. ‘엄마’ 외엔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단어가 없다. 목이 마르면 컵을 가리키고 배가 고프면 배를 가리킬 뿐 입에서 내는 소리는 “으으으”가 전부다. 지원받은 바우처로 일주일에 한 번 언어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심씨는 “치료사 선생님들이 언어치료를 추가로 받거나 작업치료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길 해주시는데 1회당 5만~6만원이 드는 비용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섯 식구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저귓값과 식비로 나가는 지출만으로도 살림이 빡빡하다.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아빠 엄마에겐 좀처럼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스무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를 오가다 장애를 갖게 된 문씨는 “당시 재활만 제대로 했어도 번듯한 직장인으로 가정을 돌볼 수 있었을 텐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부쩍 공기가 싸늘해진 요즘 세진이네는 벌써부터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지난겨울에도 난방비 걱정 때문에 기름보일러 대신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다가 온 가족이 감기로 고생을 했다. 얼마 전 폐동맥협착증과 심방결손증 진단을 받은 첫째와 뇌성마비 증상이 발견된 막내도 엄마 아빠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세진이네 집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건 온 가족이 지켜온 신앙 덕분이다. 일요일 아침 다섯 식구가 나란히 교회를 향하는 게 일상의 유일한 행복이다. 문씨가 보여 준 스마트폰 화면엔 교회 영아부에서 찬양에 맞춰 발을 구르며 웃는 세진이, 성가대 가운을 입고 찬양하는 세진이 누나의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심씨는 “삼남매가 아프지 않고 신앙 안에서 서로 보듬어주며 자라는 게 가장 간절한 기도제목”이라며 거실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벽에는 ‘기쁨 기도 감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원주=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19년 8월 30일~9월 25일/단위: 원)

△이경혜 30만 △김병윤(하람산업) 김백양 20만 △류은미 조동환 현은하 이영자 10만 △김성수 김명란 이윤미 연용제 박희숙 5만 △정현숙 정제성 김진수 황성열 김인숙(박리분식) 김민수 허숙연 3만 △이강하 2만 △김나영 이은율 이은찬 박현숙 김덕자 사랑 김정경 1만 △권종선 5000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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