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토크를 하기 위해 인천의 한 서점으로 향했다. 길치인 탓에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택시에 올라탔다. 역에서 가까운 거리였지만 헤매다가 늦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가자고 하자 택시운전사는 느린 손놀림으로 기계를 이리저리 눌러보더니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기계 작동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나만큼이나 길치인 것 같았다. 나는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 택시 운전을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갑자기 해고를 당해서 택시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면서 아무래도 이 일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게 택시운전사가 손님에게 할 소리란 말인가. 짜증이 밀려왔다.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냥 아무 데나 내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헤매어 다니다가 아마 여기일 거라고 말하면서 길가에 차를 댔다. 하지만 그곳은 내가 가려던 곳이 아니었고 나는 행인을 붙들고 길을 물어야 했다. 무리 지어 가던 학생들은 모르겠다고 했고 길을 가던 아주머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서점이라고 했다. 택시비를 지불했는데 지각을 하게 생겼다니 아무래도 오늘은 재수가 없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큰 소리로 “저기요” 하고 나를 불렀다. 이미 떠난 줄 알았던 그 택시운전사였다. 택시 안에서 그가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건물이래요. 4층!” 마음에 걸렸는지 그가 나를 쫓아온 모양이었다. 나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건물로 뛰어 올라갔다. 덕분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서점에서 걸어 내려오는데 아까 만난 택시운전사 생각이 났다. 길눈도 어둡고 기계 작동에도 능숙지 않은데 택시 운전을 시작한 그에게도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가 어서 자신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치 두 사람이 택시 안에서 만나 잠시 헤매었지만 목적지를 제대로 찾은 것처럼.

김의경 소설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