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훈 교수(오른쪽 콘솔 박스에 앉아 로봇 조정하는 이)가 최신 다빈치SP로봇을 이용해 자궁내막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미혼인 유모(33·여)씨는 왼쪽 아랫배에 덩어리 같은 게 만져져 초음파검사 결과 왼쪽 난소에 8㎝ 크기의 암이 발견됐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은 초기(1A 단계)로 진단돼 근래 대학병원에 보급되기 시작한 최신 로봇수술을 받기로 했다. 배꼽 주변에 2.5㎝의 작은 구멍을 한 개 뚫은 뒤 의사가 조정하는 로봇 장비를 집어넣어 암이 있는 난소와 난관을 잘라냈다. 유씨는 추가 항암치료 없이 4개월째 경과를 지켜보고 있으며 합병증이나 재발이 없는 상태다.

초혼 나이가 늦어지며 첫 자녀를 낳는 연령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주요 출산 연령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높아지는 첫 출산 연령은 난소암,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등 주요 부인과 질환 발생과 관련성이 크다. 비만이나 육류 과다 섭취, 운동 부족, 모유수유 감소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 질환은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노출, 배란 과정의 난소 손상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이정훈(산부인과) 교수는 30일 “임신이나 출산, 모유수유 등은 에스트로겐 분비를 억제하고 배란이 일어나지 않게 해 해당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그런데 임신과 출산이 늦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에스트로겐 노출이 많아져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난소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난소는 골반 깊은 곳에 있어 위내시경이나 자궁경부암 검사처럼 안을 들여다보고 바로 조직을 채취할 검사법이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대부분 암세포가 난소를 넘어 다른 곳으로 퍼진 3, 4기에 나타난다. 실제 국내 난소암 환자의 70% 이상은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3기 이후 진단되는 실정이다. 이 시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난소암의 주요 증상은 복통, 복부팽만, 소화불량, 질 출혈 등인데 환자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하는 40~60대는 이를 단순한 소화기 불편감이나 노화로 인한 신체변화로 여겨 뒤늦게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여성암에 비해 생존율이 낮지만 일찍 발견해 암이 난소에만 머물러 있는 1, 2기일 경우 70~9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인다. 이런 초기 난소암은 수술이 최선이며 병기(病期)에 따라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 10명 가운데 1~2명에게 생길 정도로 흔하다. 20, 30대 여성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안이 아닌, 골반 등 다른 곳에 붙어 증식함으로써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생리통이나 골반통, 불임 등을 초래한다. 자궁내막증도 약물(에스트로겐 억제제)치료와 수술이 가능하지만 약물의 경우 일시적 효과만 있고 근본 치료는 안 된다. 특히 임신을 원하는 여성은 수술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여성 사이에 자궁내막암도 급격히 늘고 있다. 초기라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95% 이상 생존율을 보인다. 다만 향후 임신을 원하는지 여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더 이상 출산을 원치 않을 경우 자궁을 전부 들어내는 등 수술 치료를 받는게 일반적이다. 출산을 원한다면 자궁과 난소를 보존하는 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이들 초기(1·2기) 난소암과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의 경우 여성 골반의 해부학적 복잡성과 수술 난이도를 고려해 이전에는 대부분 개복을 통해 수술이 이뤄졌으나 최근 좁은 골반 내 공간에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수술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를 통해 치료받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다빈치SP의 로봇팔에 장착돼 있는 카메라와 수술 기구. 이대서울병원 제공

로봇수술 장비(다빈치 시리즈)에 달린 카메라는 일반 복강경 장비보다 최대 10배 확대된 수술 시야를 제공해 안정적인 수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관절 운동까지 자유로운 최신 버전의 로봇팔로 인해 보다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주변 장기 손상이나 출혈, 수술 후 통증이 적어 일상 복귀가 빠르다.

특히 가장 최근 도입된 ‘다빈치SP’는 배꼽 부위에 2~2.5㎝의 절개창 하나만 뚫고 시행하는 ‘단일공 수술 전용’ 로봇장비다. 작은 구멍 안으로 로봇팔을 넣어 시행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어 젊은 여성의 선호도가 높다. 로봇팔에 달린 한 개의 관에서 고해상도 카메라(1개)와 수술 기구(3개)가 나와 수술 부위 근처에서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움직이므로 서로 충돌할 염려가 없다. 이 교수는 “로봇팔에 달린 모든 수술 기구들이 사람 손목 관절처럼 90도로 꺾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복부에 여러 개 구멍을 뚫어야 하는 기존 다공 로봇장비, 의사가 집도하는 복강경 수술 혹은 개복술에 비해 절개창 수가 적어 상처 감염 등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다빈치Xi의 경우 단일공 혹은 다공 수술이 모두 가능하지만 로봇팔에 달린 장비(카메라1개, 수술기구 2개)의 관절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고 전후, 좌우, 회전 운동만 가능하다.

특히 골반 내 조직 유착이 심하거나 혈관, 신경이 지나가 정밀한 박리와 봉합이 요구되는 환자 등에게 다빈치SP 단일공 수술이 유리하다.

자궁내막암과 내막증 환자는 거의 대부분 로봇수술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단 난소암은 다른 곳으로 진행됐다면 개복수술을 통해 복강내 퍼져 있는 모든 암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로봇수술이 불가능하다. 난소암은 초기일 경우만 로봇수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두 번째로 다빈치SP를 도입한 이대서울병원은 지금까지 200명 이상의 단일공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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