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전경. 경북도 제공

경북의 문화유산이 지역을 넘어 인류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 경주 역사유적지구, 한국의 역사마을, 산사-한국의 산지승원, 한국의 서원 등이 차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에 올해 ‘한국의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7월 6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교 오백년 유산 ‘서원’(書院)을 한국의 14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킨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소수서원(영주), 도산서원·병산서원(안동), 옥산서원(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국내 9개 대표적인 서원이다.

16∼17세기에 건립된 이들 서원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로 건립된 서원이자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영주), 지역 출판문화를 주도하는 등 서원의 출판과 장서의 기능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인 옥산서원(경주), 한국의 서원 중 학문 및 학파의 전형을 이룬 도산서원(안동), 자연과 조화된 한국 서원 건축을 대표하는 병산서원(안동) 등 4개 서원이 경북도내에 있다.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전경. 경북도 제공

‘한국의 서원’ 등재 이유는 중국의 성리학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과정을 거치면서 단절 없이 계승·발전됐다는 점에서 유산적 가치가 인정됐다. 이들 서원은 조선시대 사학교육의 전형으로서 주변 경관과 조화되는 한국 특유의 공간유형과 건축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유산으로 우뚝 남게 된 것이다.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추진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원군 때 훼철되지 않은 47개(남한 36개)의 서원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사적)으로 지정된 9개 서원을 대상으로 지난 2011년부터 세계유산 등재추진이 본격 시작됐다. 관계기관 간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등재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4년간을 준비해 지난 2015년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했다. 하지만 심사 도중, 신청이 반려되면서 2016년 4월 자진해서 등재신청을 철회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년 동안 관계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유산구역 재조정 및 9개 서원의 대표성과 연계성을 강조하고 중국·일본·베트남의 유사유산과 비교연구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2018년에 다시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실패를 거울삼아 재도전 끝에서야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지난 20일 영주 소수서원에서 열린 ‘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 선포식’ 모습. 경북도 제공

서원은 조선시대 사설 엘리트 교육기관이자 지식 전수 및 인격 도야 기관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서원의 ‘존현양사’(尊賢養士·어진이를 높여 선비를 기른다는 뜻) 기능 가운데 안타깝게도 현재 서원의 교육 기능은 그다지 유효하지 않게 됐다. 도덕은 물론 가치관마저 혼란해진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서원은 더 가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북도에서는 다양한 서원 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고품격 문화체험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인성교육, 선비체험, 성년식·향음주례(鄕飮酒禮 고을의 유생(儒生)이 모여 향약(鄕約)을 읽고 술을 마시며 잔치하던 일)·다례체험, 공연 등을 통한 서원의 교육기능을 보다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 연속유산으로서 9개 서원에 대한 통합관리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의 풍부한 전통문화 자원과 연계해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세계유산 전국 최다 보유 광역지자체로서 지난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를 시작으로 2000년 ‘경주 역사유적지구’,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하회마을과 양동마을),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부석사·봉정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경북도는 서원에 이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고령 지산동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7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을 발족해 경북(고령군), 경남(김해시, 함안군, 고성군, 창녕군, 합천군), 전북(남원시) 등 관련지자체 간에 MOU를 맺고 2022년 등재를 목표로 등재신청서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

또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신청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하고 있다. 태실(胎室)은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유산으로서 세종대왕자 태실은 조선왕실의 태실문화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사례다. 이밖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내방가사’, ‘삼국유사’, ‘종가음식조리서’(음식디미방, 수운잡방) 등의 기록유산적 가치를 조명하는 학술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는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종가문화’(불천위제례, 종가음식)의 등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선조가 물려주신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기는 기회로 삼고 과거 교육기관을 미래 교육의 산실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또 “세계유산을 최다 보유한 광역지자체의 위상에 걸 맞는 체계적인 보존관리 시스템 구축과 인류와 함께 유산의 가치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관광 자원화하고 활용하는데 힘써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 이철우 경북도지사
“세계유산 등재 서원 9개 중 4개 보유한 것은 문화경북의 쾌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원 9개 가운데 4개를 경북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화경북의 쾌거이자 지역민 자긍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철우 경북지사(사진)는 앞으로도 경북이 보유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세계적인 명품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국내·외에 알리는 일에 더욱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이 지사는 이번 ‘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등재로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모두 14건으로 늘었고 그 가운데 경북이 5건으로 전체의 35.7%를 차지하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한 광역자치단체로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전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는데 경상북도가 앞장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지사는 “서원의 설립 목적은 ‘존현양사’(尊賢養士)에 있지만 안타깝게도 서원의 교육기능은 그다지 유효하지 않게 됐다”며 “도덕은 물론 가치관마저 혼란해진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서원의 역할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경북도에서는 서원 스테이(Stay) 및 교육콘텐츠 개발 등 서원의 교육 기능을 보다 활성화시킴으로써 존현양사라는 설립 목적에 부합토록 서원의 가치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 지사는 세계문화 유산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보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지로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관광콘텐츠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서원 9곳을 서로 연결하는 ‘서원 로드’를 개발하는 방안을 다른 지자체와 함께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북에는 서원 외에도 종가, 산사, 역사마을 등 풍부한 전통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유산을 잘 엮어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스토리를 입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지사는 “서원의 가치와 의미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VR 및 AR을 이용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보는(See) 관광’에서 ‘체험(Experience)하는 관광’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소중한 유산의 가치를 세계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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