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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김준동]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할까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된 로또 분양시장… 5년 정권 내 모두 해결하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만 되면 최대 10억원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데.” “로또도 이런 로또가 없네.” “근데 최소 12억원의 실탄을 가져야 청약에 뛰어들 수 있었다는데.”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구만.”

집 앞에 한창 공사 중인 한 아파트에 요즘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곳을 지나다보면 이런 얘기를 나누는 이들이 눈에 자주 띈다. 서울 삼성동 상아아파트2차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 라클래시’ 얘기다. 2021년 9월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15대 1을 기록했다. 올해 강남3구에서 처음으로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이 등장한 것이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인근 단지에 비해 분양가가 1000만원 이상 저렴해 당첨되면 시세 차익이 최대 1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잔금을 제외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보유해야 청약에 나설 수 있다. 분양가가 15억4500만∼16억6400만원 선인 전용면적 84m²의 경우 최소 12억원 이상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청약에 뛰어들 수 있다.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 요즘 서울 인기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은 로또 당첨이라는 인식에 한층 치열해졌다. 차기 로또 아파트 명단도 나돌 정도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보다 수억원씩 싼 아파트가 나오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적용 시기는 시장을 봐가며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로또 분양 열풍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동성이 풍부한 ‘그들만의 리그’ ‘금수저 특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3㎡당 4000만원이 넘는 서울 초고가 분양 단지의 당첨자 10명 중 4명(40.8%)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도 3.8%로 적지 않았다. 2030은 청약 가점 형성이 불리한 데다 9억원 이상일 경우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인 것을 감안하면 이 당첨자들은 ‘금수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뜩이나 ‘조국 사태’로 공평과 정의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로또 아파트를 지켜만 봐야 할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년간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였다. 출범 한 달 만인 2017년 6·19 대책을 처음 발표한 뒤 최근 분양가상한제까지 총 15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발표할 때 잠시 부동산 수요를 묶어두는 효과는 있었지만 결국 시장의 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백약이 무효’였던 노무현정부의 전철을 밟는 듯하다. 노무현정부는 임기 중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 대책을 30여 차례 쏟아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57%나 치솟았다.

흔히들 부동산은 심리라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한테 유리하게 해석하는 ‘인지왜곡(Cognitive Distortion)’을 하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구 지정, 재건축 규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강화를 내놓으면 ‘재건축 규제로 강남의 주택 공급이 부족할 수 있겠구나’ ‘똘똘한 한 채를 사야 하는구나’라고 인지하는 식이다. 이런 인지왜곡에 따른 정보 굴절 현상 때문에 부동산 대책이 발표돼도 시장의 분위기가 쉽게 잡히지 않고 정부 의도와 달리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오곤 하는 것이다. 이는 역대 정부에서 반복된 현상이다. 단기간에 부동산 대책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누적된 규제들을 감안해 냉정하게 대응한다면 지나친 인지왜곡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당장의 부동산 시장만 보지 말고 좀 더 넓은 거시적 시각으로 나무가 아닌 숲을 볼 필요가 있다. 5년 정권 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아집과 독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영원히 상승만 하는 부동산은 없는 법이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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