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의 비교과영역 폐지되면 내신경쟁으로 공교육 황폐화돼
자사고 특목고 폐지는 또 다른 형태의 고교서열화 가져올 뿐
대학에 학생선발권 돌려주고 학력 차별 없는 사회 만들어야


교육부가 입학생 중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목고, 자사고 출신 학생이 많은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입 공정성 제고 방안을 올 11월 발표한다고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인데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학종은 노무현정부 때 교육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도에서 시작됐다. 입학사정관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부모의 힘에 의존하는 ‘스펙 쌓기’ 경쟁을 가져오는 등 논란이 돼 그동안 많은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2010년 ‘다수 다단계 평가’ 시스템이 도입됐고 2013년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종중심전형으로 통합되면서 교내활동 위주로 평가하고 자기소개서에 대외 논문, 공인 어학 성적, 외부 수상 등을 기재하는 것이 금지됐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는 수상 경력, 자율 동아리 활동 개수를 제한했다.

제도 도입 초기에 조국 장관 딸과 같은 사례가 문제되면서 10여년간 상당한 개선이 있었는데, 학종전형만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집중적인 감사 결과를 토대로 대입 공정성 제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은 당장의 논란을 잠재우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학종의 비교과 영역이 폐지된다면 객관성 담보가 어려운 학생부교과전형이 늘어나고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교육이 황폐화되고 사교육이 더욱 늘게 될 것이다.

정시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과적으로 보면 수능 점수가 잘 나오는 고교와 지역이 확연히 드러난다. 재수생이 ‘SKY’ 대학 정시모집 합격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부모 경제력으로 재수할 수 있거나 재수 여건이 좋은 대도시, 서울 강남지역 학생이 유리하다.

교육부는 학종 개선 방안을 발표한 이후 2028년 대입을 목표로 중장기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자사고와 외고 등의 일괄 폐지 등 고교체제 개편 방침을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중장기 개편 방안이 현 정부 내에 도출될지도 의문이지만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사고의 반발과 법원의 제동으로 지지부진한 자사고, 외고 등을 폐지하려는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이 특히 우려된다.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는 또 다른 형태의 고교 서열화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을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있는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교육 공약이 교육부의 역할 축소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 교육부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 강화된 듯하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잦은 감사로 감사 준비 등에 행정력 낭비가 크다. 학종전형에 대한 교육부 감사는 실효성도 의문이지만 대학들이 위축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더욱 저해할 것이다.

교육 당국이 이제는 대학들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돌려줘야 한다. 오랫 동안 당국은 공정성 제고와 사교육 철폐를 위해 대입 전형에 개입해 왔다. 필자가 대학에 갈 때는 대학은 본고사 위주로 학생을 선발했다. 이후 대학별 본고사 위주 전형이 폐지됐고, 수학능력시험 제도가 도입됐고, 여러 번의 제도 변화를 거쳐 현재는 정시와 수시로 구분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사교육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아파트촌에서 가장 많은 간판이 학원과 부동산중개소다. 부모의 도움으로 사교육을 받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정시전형을 축소하면서 학종전형을 도입하고 수시전형을 확대했는데, 수시전형이 불공정하니 정시전형을 확대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기이한 상황에 우리 교육은 직면해 있다. 2021년이 지나면 많은 대학들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대학들이 학생 선발권을 되찾게 된다면 공룡화된 대학입학 교육 시장이 잘게 나누어지면서 오히려 사교육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학력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대입 제도의 (종식시킬 수 없는) 공정성 논란을 완화시킬 수 있는 처방의 하나다. 우리 국민이 가장 분노하고 참지 못하는 차별이 학력 차별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모두가 대학, 그것도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고, 대학입학 제도가 셀 수도 없이 많이 변하고 복잡해져 이제는 학교 선택을 위해 입학 컨설팅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 이유다.

대학 졸업 여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생애경력 개발에 중요한 노동시장의 초기 입직을 결정하는 닫힌 노동시장에서 능력과 성과에 의해 평가받고 이동이 자유로운 열린 노동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 입학을 위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사를 위해 많은 청년들이 몇 년씩 소모하는 사회적 낭비가 없어지고 대입 제도에 대한 국민의 과도한 관심도 줄어들 것이다.

박영범(한성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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