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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대표님’이 모두 결재하셨죠

특별한 워라밸 기업 ‘크리에이티브마스’ 보시기에 좋았더라

‘에이맨’으로 불리는 직원 일러스트. 크리에이티브마스 제공

주 4일 출근제, 출퇴근 시간 자율제, 여름·겨울방학 도입 등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한 워라밸(Work-Life Balance) 기업. 디지털 전문 종합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마스’를 수식하는 표현이다. 회사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근무시간 중 전시회에 가거나 영화를 보는 ‘예술로의 출·퇴·외근’, 운동장 체육대회 대신 불판 앞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등 육류 5종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제육대회’….

이구익(왼쪽 다섯 번째) CD와 크리에이티브마스 직원들이 지난 4월 '예술로의 출근' 행사 일환으로 영화관에서 찍은 사진. 크리에이티브마스 제공


치열한 광고업계에서 이런 식으로 회사를 유지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의 회사에서 만난 크리에이티브마스 설립자 이구익(39·얼굴 사진)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답은 “그렇다”다. 그의 말처럼 회사는 유지를 넘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4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 삼일제약, GS SHOP 등 대기업이 주요 광고주다. 홀로 출발한 회사였지만 사업이 확장되면서 직원도 20명으로 늘었다.

사람을 살리는 크리에이티브는

이 CD가 혁신적 기업문화를 갖춘 회사를 창업한 건 자신의 경험 때문이었다. 외국계 광고기획사 BBDO KOREA 등 5개 광고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 그는 업계 특성상 휴일 없이 일했던 경우가 잦았다. 승진도 하고 몸값도 올랐지만, 가정에는 소홀해졌다. 기독 광고인으로 세상에 선한 일을 하겠다는 비전도 바쁜 일상 가운데 점점 잊혀 갔다.

‘책임감 있는 직원을 뽑았다면, 회사는 이들을 믿고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는 게 평소 그의 철학이었다. 이를 반영해 세워진 곳이 지금의 회사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회사 이름은 창조란 의미의 ‘크리에이티브’에 축일을 뜻하는 ‘마스’를 붙인 것이다. 즉 ‘위대한 크리에이티브가 탄생한 날’이란 의미다. 이름은 이 CD가 직접 붙였다.

‘크리에이티브마스’ 사옥. 크리에이티브마스 제공


“광고와 크리스마스가 참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광고를 위한 긴 여정과 기다림, 탄생의 기쁨은 마치 인류를 구원하러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크리스마스와 닮았습니다. 죽어가던 아이디어가 멋진 광고로 되살아나 절망에서 구원해준다는 점도 예수님의 부활 서사와 비슷합니다.”

그가 말하는 ‘위대한 크리에이티브’는 좋은 광고를 넘어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고 하나님을 높이는 것이다. 파격적 제도나 톡톡 튀는 기업문화를 도입한 것도, 초봉을 동종업계 평균 이상으로 높인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회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플라스틱 사용 자제를 위해 사내 텀블러 공유 캠페인인 ‘텀블링’도 펼친다. 생태계를 잘 가꾸고 회복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에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광고업계에 기독 청년 파송

회사는 3년 전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크리스천 예비광고인 아카데미 ‘비저너리’를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다음세대 기독 광고인 양성을 위해 회사의 전 직원이 업무 시간을 쪼개 무료로 광고 실무를 가르친다. 비저너리는 정통 교회에 출석 중인 세례교인으로 무직 상태인 청년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8주간의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면 회사 단기 인턴 기회도 제공한다. 올해 경쟁률은 3~4 대 1 정도. 지금까지 25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그가 이 과정을 출범시킨 건 현 광고업계에 동역자가 태부족이라 판단해서다. 협성대 광고홍보학과와 계원예술대 영상디자인과 겸임교수도 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실력과 신앙을 모두 갖춘 인재를 찾긴 쉽지 않았다. 적합한 인재가 없다면 직접 키워내자는 게 이 CD의 판단이었다.

“기독 청년을 프로 광고인으로 잘 키우면 훗날 동역할 사람이 많아질 것 아닙니까. 광고업계에 기독인을 파송한다는 생각으로 멀리 보며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저너리 과정은 광고 일과 영성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각자의 비전선언문을 쓰게 하고, 원하는 직무에 맞게 멘토를 붙여준다. 광고 실무뿐 아니라 ‘세상에 복음을 잘 전하는 방법’과 같은 과제도 낸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B급 감성’ 사진에 복음을 담아 인터넷에 확산하겠다는 제안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올해 안으로 어린이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처럼 교회 주일학교 생활을 흥미롭게 설명하는 영상을 비저너리 수료생과 직원이 함께 제작할 예정이다. 예비광고인 자격으로 제작에 참여해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복음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곧 선보일 영상의 이름은 ‘만나키즈’. 개그 극단 출신 직원이 각본을 써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회사 실세는 ‘지 대표’

이 CD의 목표는 ‘기독 광고인 협회’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이웃을 살리는 일에 힘을 모으는 광고인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광고인을 꿈꿨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품었던 꿈이다. 이 CD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광고를 더 잘 만들고, 기업문화를 더 건강하게 세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저희 결재문서에는 ‘지 대표님’ 결재란이 있어요. 지저스(예수)님이 회사 실제 대표거든요. 범사에 그를 인정한다는 자세로 광고도, 복음 전파와 이웃 섬김도 잘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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