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성결한 교회의 조건


한국사회를 경악케 했던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뉴스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는 점이 심히 안타까우나, 이제라도 범인이 분명히 밝혀져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대에는 오늘처럼 과학수사 기법이 있는 게 아니었기에 이런 경우들이 더 자주 발생했을 것이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러한 미제 사건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물론 아주 쉽게는 하나님께서 범인을 지목해 주시길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성 전투 패배의 원인이었던 아간의 범죄를 드러내신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그것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일반적인 원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매번 하나님께서 미제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도록 해주시는 게 일반화됐다면, 하나님을 빙자해 무고한 자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는 일도 분명히 많았을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악함을 잘 아신다.

그래서 구약성경 신명기 21장에는 범인을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제시된다. 범인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 살인 사건을 통해 발생한 죄책과 오염을 어떻게 해결할지 말씀하신다.

먼저 주검이 발견된 인근 성읍의 지도자들이 사건 현장에서 주위의 각 성읍까지의 거리를 측정해야 한다. 주검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성읍의 지도자들은 암송아지를 죽여 제의를 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를 통해 하나님 앞에 이스라엘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다음과 같이 기도해야 했다. “우리의 손이 이 피를 흘리지 아니하였고 우리의 눈이 이것을 보지도 못하였나이다 여호와여 주께서 속량하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을 사하시고 무죄한 피를 주의 백성 이스라엘 중에 머물러 두지 마옵소서 하면 그 피 흘린 죄가 사함을 받으리니.”(신 21:7~8)

하나님은 무고한 피를 흘린 죄를 반드시 갚으시는 분이다. 암송아지를 제물 삼아 거행하는 제의는 무고한 피를 흘린 죄책과 피의 오염으로부터 공동체를 성결케 한다. 그래서 공동체가 하나님의 진노에서 벗어나게 한다. 또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살인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 일련의 처리 과정은 미제의 사건을 남의 일로 던져두고 회피하는 대신, 우리 공동체의 문제와 사건으로 대하도록 만든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교회 공동체의 성결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는 아무런 책임과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는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그런데 신명기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외칠 수 있는 자들은 이웃에서 벌어진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살인이 가득한 땅에서 오늘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우리 공동체의 책임으로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 성결의 기초이다. 죄 없으시고 거룩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당신의 것으로 여기고 우리를 속량하셨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진정한 거룩과 성결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의도하지 않게 살인자의 대열에 낄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내 삶의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죽음과 비명 앞에 침묵하거나 고개를 돌린다면 우리는 거기에 동참하는 자가 되고 말 것이다.

전쟁터에서 무고히 죽어가는 아이들, 타국에 일하러 와서 무참히 짓밟히고 유린당하는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여전히 생계의 문제 앞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거룩하고 성결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들을 우리 공동체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성결한 교회인지 여부는 우리가 다른 이들의 짐을 짊어지는 것을 통해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

약력=총신대 및 총신대 신대원 졸업.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 ‘하나님이 다 하신다’ ‘모든 끝은 시작이다’ ‘믿음은 그런 것이다’ ‘쾌도난마 사도행전 1~4’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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