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러시아 국적의 선박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 선박이 해적으로부터 공격당한 사례는 없다. 2010년에 소말리아 해적이 원유를 운송하던 러시아 컨테이너 선박을 납치한 적이 있다. 러시아는 해군 특수부대를 급파해 몸값과 원유값을 요구하던 해적들을 소탕하고 선원들을 구했다. 그런데 붙잡은 해적들을 자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우지 않았다. 사살한 1명 외 나머지 10명을 작은 보트에 태워 해안에서 500㎞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가 ‘훈방 조치’했다. 대외적으로는 그런 악당들을 감옥에 보내서 세금을 축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작은 보트는 무동력에 항법장치를 파괴한 상태였다. 태양이 내리쬐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작은 배.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누구도 확인해줄 수 없겠지만, 누구나 어떻게 될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외신은 상어에게 당하거나 굶어 죽었을 가능성을 전했다. 서구사회는 러시아의 해적 대응 방법에 인권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에게 비이성적인 미치광이처럼 비치도록 해 공포를 일으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다. 거래의 달인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쓰는 협상술이라고 한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술도 같은 전략이다.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뒤 상황을 반전시켜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2017년 북·미 간 군사적 대립을 최고조로 올렸다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하고, 세기적인 기대감을 부추겼다가 단칼에 결렬시킨 하노이 정상회담 과정을 복기해 보면, 트럼프와 김정은은 서로 미치광이 전략으로 협상과 대립을 반복하는 노회한 장사꾼 같다. 마치 포커게임에서 블러핑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는 서로 저강도 미치광이 전략을 쓰는 것 같다. 북한은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놓지 않으면서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해 도발하고, 미국은 말로는 강한 압박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며 강경파 존 볼턴을 해임했다. 엊그제 북한은 북·미 실무협상을 주도적으로 발표하면서도 하루 만에 국제사회가 제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것을 발사했다. 이번에도 협상과 대립, 블러핑이 어우러지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자국용 쇼쇼쇼’일 가능성은 없는가.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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