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에서 문책성으로 행해지는 단체 얼차려 등 연대책임 관행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군 내 부당한 연대책임 문화가 헌법상 자기책임 원리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일 “육군사관학교가 몇몇 생도의 규율 위반을 이유로 생도 900여명에게 단체 뜀걸음(구보)을 하게 한 것은 헌법 정신에 반한다”며 “부당하게 연대책임을 강요하지 않도록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육군사관학교장에게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해당 문제를 ‘연좌제 얼차려’라고 폭로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900여명의 육군사관학교 2~4학년 생도들은 지난 4월 야간에 13㎏가량 되는 군장을 메고 단체 뜀걸음을 했다. 기합성 단체 뜀걸음은 일부 생도가 출장 중에 음주 사고를 일으킨 뒤 생도 자치기구가 자성하는 차원에서 먼저 학교 측에 건의하며 진행됐다. 생도대장은 당시 “반성과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리더십을 발휘해 불만이 있는 생도들을 잘 껴안고 가기 바란다”는 문자를 지휘근무생도 등에게 보냈다. 현재 육군사관학교 생활예규는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거나 적절한 시정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얼차려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하지만 얼차려가 자율적으로 결정됐다 할지라도 잘못한 책임이 없는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군 내 집단 책임주의는 구성원 간 연대가 필수적인 전시나 전투 훈련 등에서는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개인의 책임이 명백한 사안에까지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이러한 잘못된 연대책임 문화가 일선 부대에 정착되고 사회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인권위는 “해당 교육을 받은 생도들이 임관하면 일선 부대 장병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다수 남성이 의무적으로 경험하는 군대 문화가 일반 시민사회 곳곳의 집단 문화로 자리 잡는 경향을 보이기에 (연대책임 문제는)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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