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남지역의 한 사립대학이 수도권 소재 A대학에 학교를 통째로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A대학이 이런 제안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지방 대학도 비슷한 의사를 타진한 적이 있다고 한다. 두 대학 모두 의대가 있지만, 최근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A대학은 고심 끝에 두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지방 대학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 대학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출산율 하락에 따른 학령인구(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교육인구) 절벽 현상이 거론되고 있다. 2010년엔 고교 학령인구(15~17세)가 200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1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5년 정도가 지나면 100만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설상가상 대학진학률도 감소했다. 2010년엔 고교 졸업생의 80% 정도가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8년 대학진학률은 70%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은 49만3000명 수준이다. 반면에 입학가능 자원(고3·재수생, 대학진학률 등을 고려해 추산한 인구)은 50만6000명 정도다. 굳이 경쟁률을 계산해 보자면 1.03대 1이다. 입학정원에 비해 입학가능 자원이 많은 시기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경쟁률이 1 이하로 떨어진다. 입학정원이 올해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내년도 미충원 인원은 2만2000명이다. 상황은 매년 악화돼 5년 후인 2024년에는 12만4000명의 입학생이 부족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런 학령인구 절벽 현상을 방관한 건 아니다. 2015년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대학을 A~E그룹으로 나누어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B~E그룹엔 정원 감축을 강요했고, D~E그룹은 재정지원을 제한했다. 이런 정부의 평가 방식은 일종의 대학 살생부로 여겨졌고 대학들의 반발을 불렀다. 문재인정부 들어 2주기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평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란 이름으로 바뀌며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하위 40%에 속한 대학들(‘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최근엔 정부가 3주기 대학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2021년부터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의 평가는 5개 권역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정부는 권역 내 대학들이 경쟁하는 방식이니 수도권 대학에만 유리한 구조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방 대학 위기의 원인으로 ‘학령인구’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입시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들의 2018년 입학정원을 모두 합치면 18만8000명 정도로 전국 대학 입학정원의 38%를 차지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분포를 고려한다면 비수도권 입학정원이 더 많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의 제반 역량은 이런 분포와 전혀 무관하다. 국내 한 일간지의 종합대학 평가 결과를 보자. 상위 10위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싹쓸이했다. 상위 20위까지 넓혀도 공간적 쏠림 현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대를 제외한 19개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이 19개 대학들에서 매년 받은 신입생만 6만5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30% 정도를 지방 출신 학생으로 잡아도 매해 약 2만명 수준의 인구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0년간 누적된 지방 출신 인재들만 모아도 목포나 강릉 정도의 도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이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야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뭐 그리 큰 문제가 되겠는가. 지방의 어려움은 이들 대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도권은 대학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고, 한 번 흡입한 인구는 좀처럼 밖으로 내놓지 않는다. 젊은 인재들의 공간적 부익부빈익빈 효과는 이처럼 대학을 매개로 확대돼가는 중이다. 부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구조조정의 목표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대학들마저 수도권의 중위권 대학들에 학생들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권역 내’에서 뒤처진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넘어 ‘권역 간’ 격차를 보정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 대학이 지역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지역을 키우는 선순환의 흐름이 구축돼야 지방도 수도권과 공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마강래(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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