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변호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법률 서비스 신뢰도를 높인다는 처음 취지와 달리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름만 전문변호사일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결국 사건 의뢰인이 믿고 맡기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상당수 변호사들은 ‘전문변호사’를 대한변호사협회에 돈을 주고 사는 광고문구 정도로 여긴다.

전문변호사 제도는 2009년 9월 대한변호사협회가 도입했다. 변호사들의 직업영역 확대에 기여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변협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국내 전문변호사는 61개 분야에서 2346명이다. 전문 분야를 2개까지 등록할 수 있어 2346명이 3299개의 ‘전문’ 타이틀을 갖고 있다. 도입 10년이 지난 것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숫자다. 전문변호사를 신청하려면 법조 경력 3년 이상에 최근 3년 이내 관련 분야 사건을 10~30건 수임하고 변협에서 14시간 이상 연수를 해야 한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실제 전문변호사 취득 조건이 전문성과 별 연관 없다는 이유다. 서초구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법무법인에 따라 특정 분야 소송에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리고 실제 기여는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수임 건수와 전문성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일반인들로서는 전문변호사라는 말에 속을 수 있는 셈이다.

한 변호사는 “일선에서 의뢰인들을 만나보면 전문 직함을 믿고 찾아와 사건을 맡기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변호사가 전문성을 갖췄는지 직접 판단할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유일한 기준이지만 그대로 믿으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 분야 중 민사나 상속, 가사법과 이혼 등 서로 겹치는 분야도 많다. 결국 뚜렷한 기준없이 임의대로 분야를 나눈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61개 분야 중 전문변호사 등록자가 5명 이하인 분야가 20개에 이른다. 국제관계법과 국제조세, 조선 3개 분야에는 아예 등록된 변호사가 없다.

변협은 오히려 최근 전문변호사 취득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가 된 뒤 첫 6개월 시보기간 중 받는 연수시간을 전문 자격 신청조건인 연수시간에 포함시켜 젊은 변호사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은 결국 변협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신청에만 20만원 정도가 들고 자격 중 하나인 연수에도 돈이 든다”면서 “사실상 변협의 돈벌이 수단”이라고 말했다. 변협은 자격 취득 없이 전문변호사 직함을 광고에 사용하는 경우도 과태료를 부과한다. 변협은 최근 3년간 169건의 관련 징계를 내렸다. 과태료는 300만~500만원 수준이다.

오종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변협이 전문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취득 요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왔다. 광고 수단이 필요한 변호사들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라면서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에게 전문 직함을 주면 의뢰인이 오도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부에서마저 비웃을 기준으로는 법조계를 향한 불신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면서 “취득 요건을 강화하고 갱신 절차도 까다롭게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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