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업체에 반복적인 갑질을 일삼아온 대기업 관련 사건 160건 중 단 1건에만 ‘과징금·시정명령’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지속해서 하도급 업체에 피해를 주는 ‘다수 신고 제기 사업자’ 사건을 신속 처리하기 위해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사건 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신고취하’를 이유로 사건을 종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정부의 ‘공정경제’를 위해 하도급 관행 근절을 외쳐온 공정위가 정작 ‘갑질 기업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이 입수한 ‘불공정하도급거래 다수 반복 신고에 따라 본부로 이첩된 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로 신고가 접수된 대기업은 대림산업을 포함해 총 24곳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하도급 업체에 20회 이상 대금이나 지연이자 미지급, 서면 미발급 등을 저질렀다. 그러나 공정위는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로 신고 접수된 사건 160건 중 1건만 과징금·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무혐의·요건 미충족 5건을 제외한 53건은 신고취하 됐고, 나머지 102건은 처리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신고취하 53건은 전형적인 ‘대기업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반복적으로 신고가 접수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을 지방사무소가 아니라 공정위 본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건설업계의 반복되는 하도급 갑질을 본청에서 신속하게 직권조사를 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 달리 수개월간 조사하지 않다가 본청에 이관되자 서둘러 합의해준 대기업에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갑질을 일삼는 기업에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으면 해마다 반복되는 불공정하도급 관행을 개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공정위의 동의의결절차가 따로 없어 기업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의의결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문제를 해당 기업이 바로잡는 대신,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공정위가 불공정하도급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증거는 또 있다.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가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개별적으로 직권조사한 190건 중 실질적으로 제재(고발·과징금)한 사건은 20건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대부분의 사건을 법적 강제성이 없는 시정명령과 경고 조치로 처리했다.

해마다 증가하는 불공정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대기업의 갑질을 적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 의원은 “공정위는 본청에 이첩된 사건에 대해서는 위법 소지가 있는 거래 행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직권조사 계획을 수립해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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