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청와대와 서울시교육청 앞 등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요금수납원들은 지난 5일 무려 97일 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들은 곧바로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동료 노조원들과 합류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 9호선 지부와 서해선 지부, 서울교통공사 노조, 철도노조는 7일부터 순차적으로 경고파업에 들어간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로 전국이 시끄러워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듯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심상치 않다.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자칫 올 하반기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 대규모 총파업의 도화선이 될 조짐도 보인다. 앞서 7월 초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흘간 총파업을 벌여 초·중·고교 2572곳의 급식이 중단됐다. 돌봄교실도 10곳 중 1곳의 운영이 중단됐다. 이들은 현재 벌이고 있는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17일부터 또다시 전국적으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에는 단식농성 등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해 3개월 전보다 총파업 강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경고파업을 선언한 철도·지하철 노조가 전면파업까지 감행한다면 시민들의 불편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요금수납원 문제는 민주노총의 11월 총파업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지난달 23일 가진 임시대의원대회를 이들이 투쟁 중인 김천 도공 본사 앞에서 했다. 민주노총은 이들의 직접고용을 위한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11∼12월 비정규직 철폐를 전면에 내건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그야말로 11월 이후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총파업이 일어날 기세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민간기업에까지 그 영향이 퍼지고 있다. 지난 2일엔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13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처우개선과 자회사 고용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교원이 1년 근속으로 12만원 수당을 더 받을 때 비정규직은 채 반도 안되는 3만25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상여금이나 복지비도 많은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임금은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요금수납원의 경우 ‘자회사 고용’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하청·용역업체일뿐 고용 안정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도로공사가 이전에 설립한 하이패스카드라는 자회사는 이미 민간에 매각됐다. 여기에 자회사가 오히려 모회사 간부들의 퇴직 후 재취업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턱대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정부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며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국정과제 1호로 삼았다. 한 노조 간부는 기자에게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을 때 사실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닌가 생각됐다”고 했다.

따라서 범 정부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은 교육부와 교육청, 요금수납원은 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가 협상을 맡는 등 컨트롤타워가 없다. 그렇기에 정부에선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포함되고, 노동계에선 민주노총이 직접 협상에 나오는 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규직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원청에서 임금체계를 다양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복리후생비나 복지비 등은 정규직과 비슷하게 맞춰 주었으면 한다. 이런 것까지 차별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모규엽 사회부 차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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