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vs 서초동 대규모 집회 대결은 대한민국의 불행, 문 대통령은 국론통합 의무 다해서 대의정치 되살려야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대규모 집회가 연이어 열리면서 대한민국의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견을 조정하고 융합해야 할 정치가 실종된 채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국론을 통합하고 국정을 이끌 책임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지난 3일의 광화문 집회를 제1야당의 ‘동원 집회’라고 깎아내렸다. 내란 선동 행위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집회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관제집회”라고 비난했다. 여야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의정치를 포기하고 제각기 집회를 부풀려 세 과시 수단으로 즐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천부적 권리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 판단에 의거하기보다 당파적인 주장에만 몰입하면 해법이 묘연해지고 세력 과시만 남게 된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어긋나기 식 집회로 국정은 ‘조국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갈피를 잃었다. 정기국회는 조국 관련 사안이 아니면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가 위험선에 다다랐다”면서 “국민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질 것이 국회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장 정치의 분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조짐이다. 여야가 집회 열기를 가라앉히기보다 저마다 불길을 지피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공천을 의식한 의원들은 절충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치여 여의도가 힘을 잃었지만 문 대통령은 긴 침묵만 지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5일 세계한인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에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하루 전에는 경제인들을 만나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의논했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다”던 취임사를 생각하면 공허한 행보로 비춰진다. 비단 취임사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은 나라가 둘로 나뉘어 목소리만 높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인들도 국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으는 일에 골몰할 게 아니라 정치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광장의 생경한 분열은 현 정권이나 국회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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