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팀장급 관리자가 출산을 앞둔 여직원에게 ‘내가 네 아이를 저주하길 바라느냐’는 등의 막말을 하고도 엄중경고 조치만 받고 원대복귀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최소한 부서 이동이라도 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관리자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문체부 등에 따르면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의 A씨는 2016년 11월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직원으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받는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쟤가 싼 똥을 왜 내가 다 치워야 하느냐” “내가 네 아이를 저주했으면 좋겠냐”고 말했다. A씨는 이듬해 12월 다른 신입직원에게는 “자격증도 없는데 어떻게 사서 업무를 하느냐”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A씨가 직원들에게 비품이 든 상자를 집어던지거나 폭언하는 일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직원들이 상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관은 지난 6월 내부 감사를 벌여 A씨를 자택 대기발령 조치했다.

문체부도 지난 8월 특별조사를 통해 A씨가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해당 기관에 A씨에 대한 엄중경고 처분을 요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A씨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임산부였던 피해 직원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는 사안이고, 평소 A씨와 해당 직원의 사이가 나빴던 점을 감안해 징계가 아닌 신분상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택 대기발령 기간이 끝난 지난달 초 원래 근무했던 부서에 복귀했다. A씨는 이후 자택 대기발령이 부당하다며 해당 기관을 감사원과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혐의로 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체부가 권고한 엄중경고 처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은 문체부 특별조사가 시작되기 전 한 여성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여성 친화적 조직문화 조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또 다른 여성단체로부터 여성 인재 역량 강화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체부가 해당기관에 A씨의 엄중경고 처분을 요구한 것이 수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직속 상관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제기된 문제를 조사한 뒤 처분을 내리면서 평소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참작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A씨 해명을 듣기 위해 해당 기관에 연락을 취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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