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나와 남을 살리는 곡채식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난리다. 사용 가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발병 즉시 조기 살처분한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매년 반복돼서인지 농가나 방역 당국은 대처가 능숙한 편이다. 가축들만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누릴 길이 막혀서 애가 탄다.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하나님이 지은 모든 생명이 받은 복이다. 가축이라고 질병에 걸렸거나 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한다면 남의 복을 빼앗는 것이다.

처음 창조 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한 것은 축복이자 명령이었다. 받은 복을 누리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야 했다. 숨 쉬고 먹고 마시고 자고 이동하는 행위는 생명 유지의 기본이다. 지금 이와 관련해 위험에 노출된 것은 우리가 복을 누리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지어지고 복 받은 동물이 이토록 살기 힘들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동물이 질병에 걸린 이유를 살피는 게 우선이다. 전염이 빨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을 매년 반복해선 안 된다. 자꾸 하면 변명에 불과하게 된다.

평상시 사육환경은 물론이거니와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의 질병으로 동물이 잔인하게 죽는 걸 떠올릴 때마다 먹는다는 게 무엇일까 생각한다. 먹는다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행동이다. ‘내가 먹은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있듯, 지금껏 먹은 것이 우리 몸과 마음을 이룬다. 지금 먹는 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우리에게 왔는지, 왜 매년 살처분되는지를 살펴야 근본적인 처방이 가능하다.

대개는 동물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고 고기만 생산하는 축산방식을 지적한다. 하지만 문제의 중심엔 고기에 대한 우리의 집착, 식탐이 있다. 지금처럼 고통과 폭력 속에서 자라난 고기는 하나님이 허락한 먹을거리라 할 수 없다. 오히려 먹지 말라 하신 ‘피째’ 먹는 먹을거리다.(창 9:3~4) 그런 고기를 먹으니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성할 리 없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문제를 더 키운다.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고기를 우리는 먹고 있다. 소 돼지 닭 등 매년 수백억 마리의 가축이 세계 곳곳에서 비좁고 불결한 공장 같은 농장에 갇혀 자란다. 한 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육류량도 매년 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52.5㎏이나 된다. 지난 30년 사이 거의 3배로 늘었다. 우리의 신체구조나 오랜 식습관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많은 양이다. 2018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과 비견해 봐도 너무 많다. 사육되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그 지나침이 우리를 생명이 아닌 죽음의 먹을거리를 선택하게 한다.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산 채로 매장한 후에도 계속 고기 소비량이 느는 것도 그 때문이지 싶다. 참 나를 아는 ‘진지’(眞知)가 아닌 끼니를 때우듯 식사하는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게 무리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식사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가축이 자라며 겪는 고통과 살처분은 우리의 건강은 물론 밥의 독점에 따른 기아 문제, 대량의 메탄가스 방출과 방목지를 위한 산림 훼손으로 기후위기 문제까지 야기한다.

나와 내 자손이 생육하고 번성하면서 풍성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가축을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고기든 풀이든 열매든 고통 중에 자란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은 물론 영혼까지 병들게 할 터다.

우선 육식보다 곡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자. 매일 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고기 없는 월요일’을 따라 한 주에 한 번이라도 고기 없는 삶을 살아보자. 채식은 ‘처음 밥상’(창 1:29)을 회복하고 ‘하루의 양식’(마 6:11, 출 16:16~20)을 구하며 먹는 길이다. 고기만 안 먹든, 유제품까지 안 먹든 어떤 형태의 채식이든 좋다. 7명이 일주일에 하루 완전히 채식하면 3967㎡(1200평)의 숲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생명을 생육하고 번성케 하는 먹을거리와, 계속해서 재앙으로 치닫게 하는 죽임의 먹을거리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기후 위기와 종의 멸종이라는 지구 위기 앞에서 지구와 생명, 미래를 살리는 밥상을 차려 생명 세상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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