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에 프로파일러가 투입돼 자백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로파일링 업무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파일링은 통신 수사, 탐문 수사, CCTV 수사 등 일반적인 수사 방법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사회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범죄분석보고서와 전문가 조언을 제공하는 수사 지원의 한 종류다. 2000년 서울경찰청에서 최초로 범죄분석팀을 설치하고 프로파일러를 운용한 이래 2005년부터 심리학이나 사회학 전공자를 채용해 현재는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2~4명씩, 전체적으로 약 35명의 프로파일러가 활동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사건 현장에서 지문, DNA, 족적 등 물리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학수사요원과 달리 침입 및 도주 방법, 공격 행동이나 피해자와의 대화 등 범인의 행동 증거를 수집한다. 사건에서 물적 증거가 풍부하다면 대부분 그것만으로도 범인을 검거하고 기소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물증이 부족한 사건에서는 물증 외 ‘보이지 않는 증거’와 ‘합리적 추론’이 중요해지고 프로파일러의 활용도도 증가하게 된다. 프로파일러는 범인 검거 전에는 용의자 프로파일링, 지리적 프로파일링 등의 기법을 활용해 용의자상을 추정하고, 검거 후에는 신문(訊問) 전략 지원, 피의자 면담 등을 통해 수사를 지원한다.

2015년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이후 2017년부터 프로파일러들은 미제사건 광역분석(여러 지방경찰청의 프로파일러들이 한 곳에 모여 합동 분석을 진행하는 것)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2017년에 15년간 미제사건이었던 충남 아산의 갱티고개 살인사건이 해결된 데에도 프로파일링이 큰 기여를 했다. 사건의 성격이 피해자와 면식 관계에 있던 자가 금품을 노리고 계획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분석했고,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 등을 제시해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 사건에서는 프로파일링 분석보고서가 법정 증거로 채택되기도 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전문가들조차 대부분 부인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자백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범죄자에게서 어떻게 자백을 이끌어내느냐”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굳이 찾자면 “범죄자에 따라 다르다”는 정도가 최선의 답변이다. 사건 분석이 논리적인 업무라면, 신문 전략 같은 경우는 이론이나 논리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공감을 바탕으로 면담을 진행하는 접근법은 공통되지만 면담 대상자의 성향과 반응, 사건 내용에 따라 세부 내용이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범죄자는 아무 증거가 없어도 자백을 하지만, 어떤 범죄자는 유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도 그 유전자가 내 것이라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범인의 마음이 자물쇠라면 만능키는 없는 셈이다. 단지 프로파일러들이 공을 들여 여러가지 열쇠를 깎아 사용해볼 뿐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최악의 미제 살인사건 중 하나였다. 전 국민적 관심과 대규모 수사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검거하기는커녕 유력한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했고, 2006년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영구 미제사건이 될 것 같았다. 누구나 그렇게 예상했고, 프로파일러인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30여년 전의 피해자 의류에서 용의자의 DNA가 검출되리라고. 더욱이 그 용의자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자백하리라고.

그러나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검거는 범인을 ‘미치도록 잡고 싶어 했었던’ 우리 모두의 결실이다. 사건에 대해 식지 않은 관심을 보여준 국민들과 언론, 범죄자의 DNA를 채취하고 보관할 수 있는 DNA법을 만든 국회, DNA 증폭 기술 등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을 발전시켜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끝까지 이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추적해온 형사들의 집념, 그리고 범인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자백을 이끌어낸 프로파일러까지.

이번 사건에서 그간 축적된 미제사건 분석 역량이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국의 프로파일러들은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범인을 검거한 것이 국민들에게는 사회정의에 대한 믿음을 주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는 일말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경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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