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저지른 범죄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영문도 모른 채 자다가 죽임을 당한 미성년 자녀들이 많았고, 어릴수록 피해가 컸다. 살해 후 자살자들은 사건 직전 고립된 상태에서 다수의 복합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비극은 최근 다시 증가 추세다.

국민일보가 파악한 2009년 이후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미성년 피해자는 279명이다. 남자아이가 145명으로 여자아이(127명)보다 조금 더 많았다. 7명은 성별 확인이 안 됐다. 이들 중 사망자는 209명이다. 사망하는 비율이 75%다. 반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발생한 전체 살인 범죄 피해자는 4378명이었는데 이 중 기수범죄 피해자는 1703명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39%다.

어릴수록 범죄 피해에 약했다. 연령 확인이 가능한 273명 중 13세 미만 아동이 216명으로 79%를 차지했다. 초등학생 이하 아동이 주로 범죄 피해자였던 것이다. 특히 6세 미만 아동 피해자(92명) 중 살아남은 아이는 15명으로 생존율이 16%였다. 6세 이상 자녀 피해자 181명 중 살아남은 아이는 52명으로 생존율은 28.7%다.

아이들은 주로 자다가 번개탄, 연탄 등에 의한 가스 중독 등으로 죽거나, 목 졸림으로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녀 살해 자살 사건 가해자들은 주로 수면제를 먹인 뒤 범행을 저질렀다. 가해자가 살아남은 여러 수사 기록에서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며 베개나 이불을 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경찰은 “살해 자살 피해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매우 약하고, 수면 등의 무방비 상태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아 저항흔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칼 등 예기로 피해를 당한 아이들도 37명이나 됐다. 이들 가해자는 주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었고, 치정이나 부부 관계 악화 등으로 분노하다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싸움 도중이나 직후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엉뚱하게도 아이들에게 투영한 사건들도 있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모두 19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해자 부모는 213명(부부 공모가 확인된 22건 포함)이었다. 가해자가 사망한 경우는 96건(50%)에서 확인됐다. 이들 중에선 주저흔이 여러 사례에서 확인됐다. 부부 공모 사건을 제외하면 여성과 남성이 각각 86명, 83명으로 비슷했다.


사건 발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복수 원인 중복 집계)은 가정 문제로 총 64건의 사례에서 확인됐다. 이어 정신과적 문제 58건, 생활고 및 빈곤문제 60건, 채무 문제 58건, 사업실패 29건, 자녀질병 27건, 본인 질병 7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빈곤, 채무, 사업실패 등 경제적 상황과 연관된 원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생과 사를 가르는 문제는 단편적이지 않았다. 최소 106건의 사례에서 가해자 가족은 2가지 이상의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3건의 복합적 문제로 궁지에 몰린 경우도 35건에서 확인됐다. 복합적 문제가 많을수록 주변에서 범죄의 사전 징후를 포착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상태 파악이 가능한 85명 중 자영업자는 28명, 주부 24명, 직장인 17명, 실직자 16명 등이었다.

살해 자살 사건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23건(아동 피해자 33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후로는 한 해 10~20건씩 반복해 발생됐고 20여명 수준의 아동 피해자를 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피해가 다시 커졌다. 전체 자살률이 급증한 지난해 20건이 발생했고 피해자는 32명이나 됐다. 올해도 벌써 최소 16건이 발생해 23명의 자녀가 피해자가 됐다.

계절별 특성도 확인됐다. 사건 발생은 겨울(12~2월) 57건, 봄(3~5월) 56건으로 집계됐다. 여름(6~8월)과 가을(9~11월)에는 각각 34건, 44건이 발생했다. 월별로는 3월이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월 20건, 12월 19건, 2월 18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3월에 사건 발생이 높은 것은 일반 자살 사건 통계와 비슷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 전체 자살사망자 수는 3월과 5월에 많았다. 살해 후 자살자는 겨울철 비율이 높아졌다가 3월 정점을 찍고 이후 월별 11~15건 수준으로 낮아졌다가 늦가을부터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겨울철에는 생계비가 많이 들고, 가족끼리 접촉할 시간도 늘어 가정불화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치는 최소치다. 판결문으로 확인 가능한 범죄는 자살 미수자들의 범죄에 그치고, 살해 후 자살 사건은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지 않을 경우 기록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국회를 통해 경찰청과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 집계를 요청했지만 “별도 통계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최근 5년간(2013~2017년) 국내 지역 4곳에서 확인한 살해 후 자살 사건(피해자가 자녀 외에도 부부나 부모, 지인 등인 사건 포함)은 58건이다. 심리센터 분석에 따르면 가해자는 장년기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집에서 목맴 및 투신 상해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부분 원인은 관계 문제였다.

정현수 임주언 기자 jukebox@kmib.co.kr

■ 어떻게 분석했나

국민일보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언론에 보도된 자살 사건을 기반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가해자가 부모이고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규정했다. 자살이나 살인 미수 사건 역시 구조가 같은 것으로 판단해 집계에 포함했다. 이를 기반으로 가해자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을 추려내 극단적 선택 원인 인자를 집계했다. 가해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돼 경찰의 초기 수사 기록이 유일한 흔적이었다. 이에 따라 주요 사건은 담당 경찰 인터뷰 등을 진행해 전후 관계 등을 파악했다. 자살 미수자의 경우 살인이나 자살방조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슈&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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