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예쁜 이름이다. 그러나 한국인에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름이다. 1959년 추석 새벽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사라는 경상도를 초토화시켰다. 사라의 공격으로 849명의 사망·실종자와 37만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도 엄청났다. 사라는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태풍이다.

2002년엔 루사가 괴롭혔다. 루사는 순간 최대풍속 39.7m/s, 중심 최저기압 970hPa로 사라(순간 최대풍속 85m/s·중심 최저기압 952hPa)에 비해 세기는 약했지만 246명의 인명 피해와 역대 가장 큰 5조100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듬해엔 매미가 왔다.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와 두 번째 큰 4조200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끼쳤다. 매미는 사라보다도 최저 중심기압(950hPa)이 낮은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사라, 루사, 매미는 9월에 상륙한 가을태풍이란 공통점이 있다. 기상청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을 월별로 분석한 결과 8월이 가장 많았고 9월, 7월, 10월 순이었다. 빈도에 비해 9월의 피해가 큰 것은 가을태풍이 더 무섭다는 얘기다. 이유가 있다. 여름엔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형성돼 태풍이 오더라도 위력이 세지 않다. 반면 가을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해 한반도 쪽으로 통로가 만들어진다. 더욱이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면서 한반도 주변에 강력한 대기 불안정 상태가 만들어져 여름태풍에 비해 강수량이 많아지고 바람세기도 강해진다.

올해 링링, 타파, 미탁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모두 가을태풍이다. 이전에도 4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지만 태풍 이름도 모를 정도로 피해는 미미했다. 하지만 링링, 타파, 미탁은 상당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혔다. 설상가상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북쪽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기상청은 하기비스가 올 들어 발생한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 같다고 예보했다. 하기비스는 일본 열도를 따라 동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풍은 해수면이 27℃ 이상이고, 수평 방향의 풍속차가 큰 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태풍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세기도 강해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사라, 매미를 능가하는 ‘초강력슈퍼울트라’ 태풍은 물론 겨울태풍 발생도 경고한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자연이 태풍으로 응징하는 것 같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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