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마침 봄꽃들이 화사한 색을 뽐내며 피어 봄날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창밖 풍경을 감탄하며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저 밖의 풍경은 변함없이 이어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근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니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일이 구체적으로 와 닿을 때가 많다. 평소에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살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다. 문화적으로도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을 금기시한다. 인간은 누구나 노화되는 과정을 거쳐 쇠락해 간다. 요즘 몸의 각 부분들이 예전 같지 않아 서글퍼짐을 느낄 때도 많다.

‘인간은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명제는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유한한 삶은 선물이며, 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소한 듯 보여도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어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하기보다는 하루하루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지키려고 하는 게 있다. 매일 해야 하는 나만의 미션을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에도 심사숙고하게 된다.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인 소원목록을 의미한다. 말기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들에게 삶을 되돌아볼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환자 대부분은 ‘하지 못한 일’을 후회했다고 한다. 얼마 전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려고 노트를 폈다. 그런데 이거다 싶을 정도로 곧바로 떠오르는 목록은 없었다. 왜 그럴까 의아했다. 아마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중심으로 이어서 해보고 싶기 때문이리라.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어찌 없을까마는 매 시기마다 그때 할 일들을 하면서 지내왔다. 청소년 시기에는 공부를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일을 하고 아이를 키웠다. 개인시간에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했다. 그래도 버킷리스트를 적어 보자면 앞으로도 글을 열심히 쓰기이다. 삶에 대한 기록들과 아이들과 있었던 좋았던 일을 기록해서 가족과 공유하고 싶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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