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연체 채무자는 금융회사를 상대로 ‘채무조정 협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자나 원금을 탕감하는 등 채무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낮춰주는 게 채무조정이다. 금융 당국은 연체 이후 과도하게 늘어나는 채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한다. 관행적으로 연장되는 소멸 시효 제도도 개편한다.

금융위원회는 8일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금융채무자(1925만명) 가운데 금융채무불이행자(90일 이상 개인연체 채무자)는 약 10%에 이른다. 매년 약 260만명의 단기 연체 채무자(연체 5~89일)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연간 평균 27만명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 자율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체 채무자가 채권자(금융회사)에게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하면, 이에 응할 절차적 의무를 부과했다. 새 제도 아래에서 채권자는 채무조정 협상기간에 추심을 금지하는 등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심사 결과를 일정 기간 안에 통보할 의무도 진다. 채무조정 여부·정도 등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개별 사정을 감안해 자율 협의·결정할 수 있다.

‘채무조정 서비스업’도 도입된다. 원활한 채무조정 협상 진행을 위해 채무자 편에서 채무조정 협상을 돕는 업종이다. 미국 등에서 이미 일반화된 서비스다.

또 금융위는 연체 이후 채무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걸 막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체가 길어질수록 채무 부담이 끝없이 증가하는 연체이자 부과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소멸 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관행 역시 회수 가능성 판단에 기초해 개편하기로 했다. 채권추심 시장의 규율도 강화한다. 추심위탁이나 채권매각 이후에도 원래 채권을 보유했던 금융회사에 관리 책임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TF 논의결과를 토대로 내년 1분기 중 ‘금융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및 소비자신용법 제정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 현행 대부업법을 확대·개편한 소비자신용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입법과정이 순조로우면 2021년 하반기부터 개정법안이 시행된다.

손병두(사진)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가경제 발전 수준과 금융산업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우리도 포괄적인 소비자신용법제의 틀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박재찬 강주화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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