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매니지먼트 전문 연예기획사들이 줄지어 영화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퍼펙트스톰필름과 공동 제작한 ‘싱글라이더’,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소속 배우 김혜수를 기용해 선보인 ‘굿바이 싱글’, 키이스트가 전 소속 배우 박서준을 중심으로 꾸린 ‘사자’의 극 중 장면들. 각 영화사 제공

내년 개봉 예정 영화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비상선언’이다. ‘관상’(2013) ‘더 킹’(2017)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이기도 하거니와 이견 없는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두 배우 송강호와 이병헌이 주연으로 나섰다.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최민식 설경구 문소리 류준열 등 스타들을 거느린 연예기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드라마 제작사업부를 운영하며 올해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2’(JTBC) ‘녹두꽃’(SBS) 등을 성공시킨 씨제스가 영화 제작에도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씨제스 외에도 배우 매니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연예기획사가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사례는 적지 않다. 앞서 SM, JYP, YG 등 대형 음악기획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나선 데 이어 배우 매니지먼트 업계에도 제작 겸업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조진웅 윤계상 이제훈 이하늬 등이 소속된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의 마이크 피기스 감독과 손잡고 옴니버스 영화 ‘셰임’을 만든다. 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글로벌 제작에 관심이 많았고, 존경하는 감독님이어서 제안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3개국에서 촬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피기스 감독은 “2년 전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스타일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분노의 윤리학’(2013) 등을 기획·제작했으며, 현재 ‘유체이탈자’(가제)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 소속 배우가 출연하는 게 보통이다. ‘유체이탈자’는 윤계상이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이다. 김혜수 신하균 이선균 이성민 등이 몸담고 있는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영화 ‘굿바이 싱글’을 시작으로 제작을 겸업하고 있는데, ‘굿바이 싱글’의 원톱 주연이 김혜수였다.

BH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소속 배우 이병헌이 주연한 ‘싱글라이더’(2017)와 한지민이 이끈 ‘미쓰백’(2018)을 공동 제작했고, 키이스트는 양근환 전 대표가 운영하는 어썸이엔티 소속 박서준 주연의 ‘사자’(2019)를 만들었다. 아티스트컴퍼니도 소속 배우 김의성이 출연한 ‘어쩌다 결혼’(2019)을 제작했는데, 여기엔 이정재 정우성 염정아 등 회사 식구들이 대거 특별 출연했다.

물론 소속 배우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윤석 유해진 주원 등이 속한 화이브라더스 코리아는 자회사인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를 통해 영화를 내놓는데 최근 개봉한 ‘양자물리학’은 BH 소속인 박해수가 주연했고,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제작 중인 ‘승리호’는 송중기와 김태리를 남녀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콘텐츠 사업에 열을 올리는 궁극적 이유는 수익 구조 확장 때문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사실 배우 매니지먼트는 돈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콘텐츠 제작을 직접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토로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기획사들이 매니지먼트만 해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다시 말해 콘텐츠 비즈니스가 연예 산업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K팝이 한류를 확장시켰다면 그다음 매체는 영화일 것”이라며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이다 보니 콘텐츠 위주의 사업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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