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사진이 있는 앨범을 들춰보다가 한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는 네 살배기 아이 뒤로 ‘마이카 시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봤다. 1980년대 후반, 자가용이 대중화되던 시기였다. 그 후로 30년이 흘렀다. 마이카 시대가 저물고 있다.

자가용이 대중화되면서 열렸던 마이카 시대는 환경 오염과 인구 증가, 자원 부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공유경제 시대’로 방향을 바꿨다. 국내에서만 해도 쏘카 그린카 등 공유차량 서비스 이용객이 늘고, 완성차 브랜드의 차량 구독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제네시스는 이달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던 구독서비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운영을 연장할 계획을 밝혔다. 스펙트럼은 계약기간 매달 일정액의 구독료만 내면 본인이 원하는 차량을 골라서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차를 사는 대신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브랜드의 전 라인업을 번갈아 타보는 것이다. 제네시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이 같은 구독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서비스 이용자들의 연령대 구성을 살펴보면 30, 40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30대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가량 차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구독하는 사람들을 보면 20대 10%, 30대 50%, 40대 30%, 50대 이상이 10%다. 현대차 구독서비스인 ‘현대 셀렉션’ 고객은 20대 15%, 30대 40%, 40대 30%, 50대 이상 15%로 구성돼 있다. 수입차 브랜드 미니 구독서비스 ‘올 더 타임 미니’ 이용객 역시 30, 40대 남성이 50% 정도를 차지한다.

왜 사람들은 차를 사지 않고 돌려 타는 것일까. 이용자 연령대 분포를 보면 우선 30, 40대를 중심으로 한 대의 차보다는 다양한 차를 타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8일 “이제 자동차는 이동수단이 아닌 콘텐츠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금 마음에 드는 차를 사서 10년 동안 타고 싶은 게 아니다. 기분에 따라, 목적에 따라 책이나 영화를 골라 보듯이 차를 골라 타고 싶은 것이다.

차를 구매하기 전에 시승 개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단순히 차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겐 여러 종류의 차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올 더 타임 미니를 운영하는 커넥티드카 플랫폼 서비스업체 에피카 관계자는 “판매망을 통한 시승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 차가 나한테 맞는지’를 충분히 알기 힘든 반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소 한 달 이상 경험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고가의 자동차를 무리해서 구매하기보단 각종 세금과 기본 정비 혜택이 포함돼 있는 구독서비스가 낫다고 판단한다는 해석이다. 월 1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더 어필이 된다는 상반된 분석도 가능하다.

직장인 고형민(35)씨는 “매달 구독료를 내야 하지만 어차피 차를 할부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정지출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구독서비스는 여러 모델을 타볼 수 있고 필요할 때에 맞는 차를 골라서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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