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7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꿀벌 복장을 입은 활동가가 호주 시드니 거리에서 ‘생명을 위한 저항’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세계 주요 도시에서 환경활동가들이 도로 점거 등에 나서며 각국 정부에 즉각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했다. 도로 점거로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고 활동가들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기후파괴를 막기 위한 시간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며 ‘반역(rebel)’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방지 환경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은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 시드니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도로 점거 시위에 나섰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XR은 각국 정부에 ‘기후·생태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해온 환경단체다. 2018년 영국에서 설립돼 현재는 수십개 국가에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영국 런던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는 회원들이 단체 로고가 그려진 깃발과 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영국에서는 이날 국회의사당과 트래펄가 광장 등 주요 장소가 XR 활동가들에 의해 점거·폐쇄됐다. 이들은 런던 중심가에 있는 도로를 봉쇄하고 최소 14일간 또는 그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위대는 텐트를 설치하거나 차량을 주차해 도로를 봉쇄했다. 트래펄가 광장에는 ‘우리의 미래’라고 적힌 관을 실은 영구차도 등장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시위대가 대로에서 농성을 벌이다 수백명이 끌려나갔고 30명이 기소됐다. 호주 활동가인 제인 모튼은 “우리는 탄원, 로비, 시위를 해왔다”며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 정부가 기후와 생태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우린 반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황소상 주변에서는 가짜 피를 뒤집어쓰고 죽은 척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AFP연합뉴스

뉴욕에서는 활동가들이 월스트리트에서 다이-인(Die-In·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 행동) 퍼포먼스를 진행하다 황소 동상에 가짜 피를 뿌려 연행됐고, 인도 뭄바이의 활동가 250여명도 다이-인 퍼포먼스를 벌였다. XR 뉴욕지부 대변인은 “우리는 ‘적절한 때’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기후파괴는 시작됐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시위대가 레이크스미술관 앞 도로를 막고 집회를 열었다. 플래카드에는 “길을 막아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라는 문구가 담겼다. 시위대는 도로에 누워 저항하다 100명 이상이 연행됐다. 이밖에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호주 멜버른과 브리즈번 등에서도 시위가 진행됐다.

XR은 지난 4월에도 런던에서 11일간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런던시내 주요 명소와 도로, 기차역 등을 점거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11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날 런던 시위에서도 300명 가까운 활동가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XR은 스스로를 ‘국제 비폭력 시민불복종 활동 단체’라고 칭한다. 도로 점거 등으로 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략을 취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로고는 원 안에 모래시계가 들어있는 모양인데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상징한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XR의 주요 요구는 3가지다. 정부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순제로(net zero)까지 줄이기로 법적 약속을 할 것, 기후변화를 감독할 시민의회를 구성할 것이다. 활동가들은 향후 2주간 60여개 도시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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