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물 트럭이 8일 경기도 남양주시 국립수목원 광릉숲을 관통하는 도로에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한 차량 방역시설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3차 확진 이후 5일째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발생지역을 봉쇄하고 복수 발생지역의 경우 사육돼지를 전량 수매·살처분하는 ‘강력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걸로 보인다. 다만 ‘완벽 방역’이 되려면 두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큰 야생 멧돼지를 어떻게 할지가 첫 번째 장애물이다. 이어 수매·살처분 대상 농장주의 반발도 넘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경기 파주시에서 12차 확진 농장, 김포시에서 13차 확진 농장이 나온 이후 8일 현재까지 추가 발병은 없다. 2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됐었지만 음성으로 판정났다.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를 잇는 북부권역을 중심으로 펼쳐 둔 중점관리지역을 봉쇄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걸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식품부는 중점관리지역 내 농장을 드나드는 축산 차량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인천 강화군 사육돼지를 전량 살처분한데 이어 파주·김포시 사육돼지를 전량 수매·살처분하기로 결정한 점도 확산 방지에 힘을 보탰다. 발병지인 경기 연천군 역시 발병농장 반경 10㎞ 이내 위치한 사육돼지를 수매·살처분하기로 했다. 모두 92개 농장 11만300마리가 대상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강력 방역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야생 멧돼지다. 비무장지대(DMZ) 안쪽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야생에서 얼마나 전파됐을지 가늠할 수 없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 숫자를 조절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 숫자를 줄일지 아직 결론을 못 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살을 얘기하는 쪽도 있는데, 그러면 오염된 피가 흩뿌려져 오염을 부추길 수 있다. 포획틀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수매·살처분 대상에 포함된 농장 가운데 수매를 신청한 곳은 7일 기준으로 92곳 중 58곳(63.0%)에 그쳤다. 1만6598마리로 수매·살처분 대상의 15.0%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나머지 9만3702마리는 수매 없이 바로 살처분해야 한다. 사실상 폐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보니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대한한돈 경기도협의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일방적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리적 보상책을 먼저 제시하라”고 주장한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