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헌법 상 국무위원으로 가족 포함해 법률뿐 아니라 도덕적 결격사유도 검증 대상, 임명권자의 상식이 의심돼
여권은 정권 유지만 생각하지 말고 “국정 챙기다 보니 변하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노무현의 고백을 되새겨야


가족과 본인의 도덕적 결격사유와 불법 혐의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갈등과 대립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과 달리 뜻있는 사람들은 국론 분열이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다고 우려한다. 짐짓 문 대통령도 염려한 대립의 골이 집단화된 적대적 감정의 표출로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일종의 내전으로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터져 나오는 심각한 국면이다.

비등하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개혁의 명분으로 강행된 이 인사는 어느 모로 보나 악수(惡手)다. 가족의 비리와 당사자를 분리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본인의 불법행위가 아직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또 무엇보다 당사자가 검찰 개혁(사법 개혁에서 축소된)에 최적임자이기 때문이라는 자기정당화의 논리는 설득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조작되지 않은 여론이다.

장관은 특정 행정부처의 장이기 전에 헌법에 규정된 국무위원으로서 동 89조에 명시돼 있듯 국가의 주요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니기 때문에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관련 사항은 물론 사회적 평판도 검증 대상이 된다. 당연히 법률적으로만이 아니라 도덕적 결격사유도 당사자 외 가족까지 포함하여 꼼꼼히 따져본 뒤 신중하게 임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가의 ‘종합비리세트’가 당사자의 위선과 밀접히 관련된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서도 임명을 강행한 것은 임명권자의 상식을 의심케 한다. 이미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당사자에게 검찰 개혁의 임무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통째로 내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에 주권자인 국민이 저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이 특히 분노하는 것은 당사자와 일가의 비리가 단순한 비리가 아니라 특권과 반칙으로 이루어진 ‘종합세트’이기 때문이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어디로 사라졌냐고 울부짖는 청년들의 물음에 대해 만 명이 넘는 대학교수들이 내놓은 모범 답안은 임명 철회와 대통령의 사과다.

사실 이번 인사 강행은 이른바 촛불 정부의 자기부정 행위다. 설상가상으로 이 부정을 덮기 위해 이 사안을 진영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게다가 당연한 검찰 개혁을 진영 대결의 한 부분으로 정치화하고 있다. 당사자와 당정청은 물론 주변 세력이 손발을 맞추어 모범 답안을 피해 가기 위해 함께 칼자루를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선제적으로 군중을 동원해 맞불을 놓고 숫자놀음까지 벌이는가 하면 국민의 저항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반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주문한 지가 불과 엊그제인데 당정청이 약속이나 한 듯 번갈아 가며 관련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개돼지’가 아닌 이상 누구나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애써 한쪽 귀만 열어 가르쳐준 모범 답은 듣지 않고 검찰 개혁 소리만 들은 거로 하고 있다.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를 이룩한 21세기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집권세력의 막가파식 언동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한 ‘내부자’가 친절하게 알려준 답은 ‘노무현 트라우마’였다. 이야기인즉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 국정을 운영하면서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 탓에 핵심 지지자를 잃은 것을 반면(反面)교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고 20년 집권, 100년 집권이 물거품이 되니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 권력에 대한 강박관념이구나! 강박관념은 콤플렉스인데, 우월한 척하지만 콤플렉스 덩어리구먼, 하기야 우월감도 콤플렉스지. 갑자기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지배자 ‘나폴레옹’ 돼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이런 상상도 해 본다. 작가가 ‘동물농장’을 ‘1984년’보다 뒤에 썼다면 무지한 ‘나폴레옹’은 교활한 ‘빅 브러더’로 그려졌을 것이라고. 농장은 사람들로만 채워졌을 테고, 빅 브러더는 나폴레옹과 달리 서로 싸우게 해서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갔으리라고.

이와 동시에 이전에 필자가 공개한 일화에서 소개한 노 전 대통령의 고백도 다시 떠올랐다. “고백건대 저는 변했습니다. 하루하루 국정을 챙기다 보니 변하지 않고는 안 되겠습디다.” 국정을 운영하는 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고 따라서 국정 책임자는 노 전 대통령을 정면(正面)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번 인사 사태에서 생생하게 드러난 현 집권세력의 오만과 몰염치는 한 마디로 정면교사를 반면교사로 삼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의 잔머리에는 오로지 정권만이 들어 있는 반면 노 전 대통령의 넓은 가슴에는 나라와 국민이 있었다. 정면과 반면을 분별하지도 못하는 문 정권에 노 전 대통령이 특유의 화법으로 일갈할 것 같다. “쪽팔리지도 않냐, 이 사람들아!”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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