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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푸줏간 청년 프러포즈에… 초등학교 여교사 “네”

동탄시온교회 하근수 목사·박정화 사모 ‘신앙 & 러브스토리’

결혼 34주년이던 지난 3일 경기도 동탄시온교회 예배실에서 하근수 목사와 박정화 사모가 웃고 있다.

유튜브에서 하근수 목사를 검색하면 ‘결혼식’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결혼식 영상은 어느 바닷가 모래밭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가슴에 꽃을 꽂은 신랑이 하하호호 즐거워하는 화면이다. 첫눈에 봐도 옛날에 찍은 ‘결혼비디오’다. 유튜브에 두 사람의 결혼비디오가 올라온 사연은 이렇다.

1985년 10월 3일 결혼식을 마친 하 목사 부부가 안면도 바닷가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 화면. 유튜브 캡처

때는 1985년 10월 3일 개천절. 장소는 충남 안면도 바닷가. 신랑은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안면도에서 소 돼지 잡는 일을 하던 청년. 홀어머니와 5명의 동생이 있었다. 신부는 당시에도 최고의 신붓감으로 손꼽히던 ‘국민학교’ 교사, 번듯한 집안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였다.

두 사람은 몇 해 전 서울 가는 시외버스에서 처음 만났다.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 때문에 마음이 설렌 총각은 휴게소에서 빵과 우유를 샀다. “빵 좀 드실래요?” 거친 손으로 빵 반쪽을 건넨 청년과 “괜찮습니다” 다소곳이 사양한 아가씨는 그렇게 말문을 텄고, 서로 교회를 다니는 형제자매라는 걸 알게 됐다. ‘나와 같은 또래인데 이 아가씨는 학교 선생님이구나.’ 청년은 흠칫 놀랐다. 선남선녀의 만남은 버스가 서울에 도착하며 끝난 것 같았다.

3년 뒤 청년은 시외버스 안에서 다시 한 아가씨 옆자리에 앉게 된다. “혹시 만리포 학교 선생님 아니세요?” “어머 그때 그 형제님이군요.” 즐겁게 대화를 나눴지만 갑돌이 갑순이 같았던 청년과 자매는 이번에도 그냥 헤어졌다. 휴대폰은커녕 유선전화도 귀했던 시절이었다.

1주일 뒤 푸줏간에서 돼지 뼈를 발라내고 있는 청년에게 누가 찾아왔다. 버스에서 만났던 그 여선생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 끝에 두 사람은 결혼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랑은 신부 손을 잡고 바닷가를 달렸다. 하늘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바보 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이 가슴에 가득했다. 서울 기독교백화점 영상부에서 5만원에 출장 촬영을 해준 영상이 바로 유튜브의 결혼비디오다. 두 사람의 결혼 스토리에 감동한 경기도 동탄시온교회 성도들이 교회 유튜브 계정에 결혼비디오를 올렸다.

동탄시온교회는 푸줏간 청년과 평강공주 여교사가 1988년 12월 개척했다. 시골교회 전도왕이었던 청년은 신학교에 진학해 목사가 됐다. 교사이자 사모이자 새댁이었던 신부는 지하 개척교회에서 신랑과 둘이서 예배를 드리며 뒷바라지했다. 지금은 주일예배에 3000명이 참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결혼 34주년이던 지난 3일 동탄시온교회에서 만난 박정화 사모는 푸줏간 청년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프러포즈를 받고 새벽기도에 나가 작정기도를 드렸는데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말씀을 받고 담대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낙엽에 하얀 글씨를 써서 사랑하는 그에게 선물로 주었지요. 세상의 조건보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더 커 보였습니다. 오히려 나의 부족함이 염려돼 내 부족한 것까지 이해해주신다면 결혼 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동탄시온교회는 매년 가을 3주 동안 전 교인이 새벽기도에 나오는 ‘새벽기도 총진군’을 개최한다. 올해는 13일까지다. 새벽마다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예배실 단상은 물론이고 휴게실과 복도까지 빈자리가 없다.

하 목사는 “내가 생각해도 아이들까지 새벽기도에 오는 게 신기하다”면서 “10명이 지하에서 예배를 드릴 때나 지금이나 항상 즐겁게 목회하고 있다”고 껄껄 웃었다. 34년 전 결혼비디오의 새신랑처럼 보였다.

글·사진=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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