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조커’ 호아킨 피닉스

영화 ‘조커’를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코믹스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한편,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한 가지는, 주연배우 호아킨 피닉스(45)의 연기력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소외된 광대 아서 플렉이 내면의 악에 눈뜨며 희대의 악당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을 섬세한 심리 묘사로 그려낸다. 개봉 전에는 과거 배트맨 영화에서 조커를 연기한 명배우들에 비견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으나 지금은 이견 없는 찬사가 쏟아진다.

이쯤에서 다시 궁금해진다. 역대 조커들은 어떤 모습이었고, 얼마나 강렬했던가.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되짚어봤다.

1989년 ‘배트맨’ 잭 니콜슨

TV 시리즈를 제외하고 영화에서 조커 역을 처음 소화한 배우는 잭 니콜슨(82)이다. 1989년 ‘배트맨’에서 그는 익살스러운 광대와 정신 나간 예술가의 이미지를 결합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네가 날 만든 거야.” 배트맨을 향해 던진 이 말은 둘의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명대사로 남아있다.

강유정 평론가는 “‘샤이닝’ 같은 전작에서 보듯 잭 니콜슨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얼굴 표현에 탁월한데, 조커 역시 분장이 필요 없는 캐릭터였다”고 치켜세웠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익살맞고 과장된 몸짓을 보여줘 미치광이이면서도 광대 같은 느낌을 줬다”고 평했다.

2008년 ‘다크 나이트’ 히스 레저

또 다른 ‘레전드 조커’로 불리는 이는 히스 레저(1979~2008)다. 2008년 ‘다크 나이트’에서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로 등장했다. 죄의식 없이 범죄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이코패스적 면모가 강조됐는데, 윤 평론가는 “살벌하면서도 집착적이고, 비밀스러운 면모가 강했다”고 돌이켰다.

강 평론가는 “히스 레저는 워낙 꽃미남 배우여서 기괴하고 일그러진 외모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며 “서사의 승리라고 본다. 왜 조커가 됐는지, 물음표를 붙임으로써 마치 ‘악의 미궁’ 같은 캐릭터가 됐다. 이후 배우가 세상을 떠나면서 ‘미궁’이라는 의미는 절대성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자레드 레토(48)가 명맥을 이었다. 다만 캐릭터가 가볍게 소비되면서 연기적 호평을 얻진 못했다. 윤 평론가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 그 영화에선 묻혀버린 느낌이 든다”고, 강 평론가는 “조커가 할리퀸의 파트너 정도로 표현돼버린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끝으로 호아킨 피닉스에 대한 평가는 비슷했다. 그저 놀랍다는 것. “암울한 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한 인간이 파괴돼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애잔한 마음까지 끌어내는 연기를 보여줬다.”(윤성은) “멀미가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를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DC에서 벗어나 ‘조커’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한 게 아닌가 싶다.”(강유정)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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