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입장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자”

[세계교회 점 잇기 <8>] 갈라진 영국 봉합 나선 성공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일 영국 맨체스터 센트럴 컨벤션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당대회 마지막날 연설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EU에 보낸 최종 합의안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예외적으로 높은 참여율(72.2%)을 보인 가운데 투표자 51.9%가 동의하고 48.1%가 반대했다. 전 세계가 투표 결과에 놀랐지만, 당사자인 영국에도 뜻밖의 결과였다. 유럽의 불법 이주민이 영국까지 몰려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브뤼셀에 본부를 둔 EU에 통제당하기 싫다는 영국의 자존심이 궁극적으로 탈퇴 결정까지 이르게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브렉시트(British 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 뒤 영국은 정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다. EU는 경제정치공동체다. 어떤 조건으로 EU에서 나갈지를 두고 영국 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 영국과 EU 사이의 논의와 조율도 순조롭지 않다. 브렉시트 시한은 지난 3월 29일에서 10월 31일로 미뤄졌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독립연구기관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UK in a Changing Europe)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브렉시트 투표에서 영국 유권자의 종교성향과 EU 탈퇴에 관한 태도 사이에는 중요한 연관이 있었다. 투표에서 영국성공회 신자의 60%가 EU 탈퇴에 찬성했는데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가톨릭 신자는 찬반양상이 비슷한 비율로 양분(48~55% 찬성)됐다. 종교성향이 없는 투표자 43%가 찬성한 것에 비교해서도 영국성공회 신자들의 탈퇴 찬성 비율은 높다.

투표자의 교육·경제적 상황과 나이에 비해 종교가 미친 영향은 약한 편이다. 하지만 영국성공회 신자는 전통적으로 EU에 회의적이며 영국 크리스천 가운데 영국성공회 신자가 가장 많다. 따라서 EU 탈퇴 결정에 영국성공회 신자들이 끼친 영향은 유의미하다는 게 이 연구의 요지다. ‘월드 아틀라스’의 영국 종교인구 분포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49%는 특정 종교성향이 없고 17%는 영국성공회 신자, 17%는 비(非)영국성공회 개신교 신자였다. 8%는 가톨릭, 5%는 이슬람, 4%는 다른 종교인이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9일자에 브렉시트 이후 야기될 심각한 사회 갈등 때문에 종교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리며 EU 탈퇴를 찬성하는 이유도 종교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보도했다.

영국성공회 신자의 다수 의견과 달리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주교는 EU에 남는 게 낫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 특히 최근 가능성이 높아진 노딜 브렉시트는 더 큰 사회적 혼란과 빈곤을 일으킬 것이라 주장했다. 웰비 주교는 분열된 영국의 화합을 위해 지역 교회 단위의 대화를 촉구했다.

반면 진보 성향인 자일즈 프레이저 성공회 사제는 브렉시트로 야기될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EU와 선을 그어 권력과 보통사람 사이의 거리를 없애는 것에 찬성한다.

국가의 번영은 동맹이나 연합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달려있으니 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근본주의 개신교 신자들은 영국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 신앙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렉시트 시한은 다가오고 찬반 양쪽의 갈등이 심해짐에 따라 영국성공회 주교들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자신과 다른 입장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말할 때 타자를 존중해야 하며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국가적 차원의 우리 대화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래야 한다. 우리는 동료 시민들의 솔직한 의견을 깎아내리거나 깔보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의견, 사회참여, 표를 존중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너그럽고 겸손한 종이 되라 가르치셨다.… 분열과 막말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는 쉽다. 거기에서 기어올라 일치를 되찾는 것은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 분열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더 나은 행동을 찾아야 할 시기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영국성공회는 브렉시트로 인해 분열된 교회를 하나로 묶는 노력을 하고 있다.

브렉시트에 있어 관세 등 복잡한 경제문제는 물론, 지금은 왕래가 자유로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도 영국에 큰 짐이다. 1998년 벨파스트 합의 이전 영국과 아일랜드의 분쟁은 지울 수 없는 악몽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요청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브렉시트 시한 재연장 여부는 오는 17~18일 열리는 EU 정기 정상회의에서 결정된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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