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다. 유엔 안보리는 8일(현지시간) 비공개회의에서 북한의 SLBM 시험 발사를 의제로 다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 6개국 대사들이 회의 직후 북한의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말문을 닫고 있다. 유엔 안보리 주무 부처인 외교부의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SLBM 발사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행위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제가 추가할 사항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외교부는 9일에도 6개국의 규탄 공동성명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제재 결의 위반 여부는 “안보리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라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북한 눈치 보기가 지나치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둬야 하는 건 당연하다. 미국이 대북 규탄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실 관계마저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북한에 할 말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오판을 막을 수 있다.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북극성-3형 발사에 대해 “자위적 조치로 주변국 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강변했다. 도발 행위를 자꾸 묵인하면 더 강도 높은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걸핏하면 우리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비아냥대는데 정부가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는 것도 국민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자에서 “남조선당국은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낼 것을 강박하는 미국에 변변히 항변도 못 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상전의 요구에 끌려다니고 있다” “남조선당국은 수치스러운 친미 굴종 정책, 어리석고 무분별한 군사적 대결 야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북한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니 이런 몰지각한 행태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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