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발생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가해자 213명(부부 공모 22건 포함) 중 절반에 달하는 85명(39.9%)이 40대였다. 두 번째로 많은 연령대는 30대로 32.4%에 달했다. 살해 후 자살을 택하는 가해자의 72.3%가 30, 40대였던 셈이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드러난 가해자들은 대부분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판결문이나 유서로 전한 이들의 마지막은 경제적 이유나 주변 관계에서 오는 갈등들로 더 이상 버텨낼 힘이 없다는 변명이 가득했다. 왜 벼랑 끝에 내몰린 3040세대가 유독 많았던 걸까.

전문가들은 이들 세대의 구조적 취약점을 주목했다. 이들이 경제 문제로 인한 좌절감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3040세대의 경우 실패 경험이 적어 갑작스러운 경제 상황 추락에 대한 절망감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라는 부담이 더해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무기력감 때문에 살해 후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40세대의 위기 상황은 자살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특히 3040세대들의 자살 증가율이 높았다. 증가율은 10대가 22.1%로 가장 급격했고, 40대(13.1%)와 30대(12.2%)가 뒤를 이었다. 30대 사망률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원인은 자살이었고 40대 역시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었다.

3040세대는 완전히 핵가족화가 진행된 이후 세대들이어서 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가족들로부터 조언을 얻거나 도움을 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내 문제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가족 안에서 해결하려는 생각 때문에 살해 후 자살을 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 역시 급격한 핵가족화를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는 가족 안에서 웬만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3040세대 가장은 도움을 청할 주변 가족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배우자뿐”이라며 “2명의 결정에 의해 아이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극단적 선택을 동조하면 실제 실행에 옮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상황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예방법으로 꼽힌다. 백 센터장은 “우울감을 외부에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극단적 선택의 결심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살 고위험자의 경우 생의 마지막 끈은 ‘살아가야 할 이유’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백 센터장은 “괴롭고 힘들 때 떠오르는 마지막 한 사람이나, 어떤 가치, 종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멈추기도 하는데 지금의 3040세대는 그 떠오르는 ‘한 사람(가족)’이 이전 세대들보다 적어진 것”이라며 “지역사회나 주변 관심으로 공동체가 복원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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