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호 총장의 성경과 선교] 언어도, 민족도… 복음 전파에 장벽은 없다

<23> 오순절 사건과 복음전파

2014년 2월 경기도 양평 양수리수양관에서 개최된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앙수련회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순절 사건은 선교적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여기서 새로운 능력이 도래한 것을 볼 수 있다. 선교는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그 힘으로 한다는 것이다.

둘째,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며 그리스도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는 사건이었다. 초대교회 사람들에게 예수를 주님이라고 고백한다는 것은 당시 모든 위험을 감수한 것이었다. 로마의 황제에게만 ‘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서 다른 이에게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은 것과 같았다. 달리 말해, 예수를 믿고 그분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담대한 신앙 고백이었다.

셋째, 방언의 기적을 통해 언어적 장벽을 넘어 복음전파의 역사를 보여줬다. 당시 각각 다른 민족들이 모여 있었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각자의 언어로 알아듣는 기적이 일어났다. 복음 안에는 언어를 비롯한 다른 장벽들을 넘어 전달되는 능력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도행전 15장은 성경의 중요 원리를 양보하지 않고도 교회 안에 문화적이고 신학적인 다양성의 원리를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적 전통이 다른 사회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 복음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보여줬다.

오순절 사건을 통해 성령 충만함을 받은 제자들은 다른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대인은 강한 종교·문화적 전통 아래 있었는데,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도전을 받게 된다. 할례와 모세의 율법을 이방인에게 그대로 요구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론은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동일하게 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받는 줄을 믿노라”(행 15:11)는 말씀이었다.

복음 전파는 문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지만 복음의 능력이 그 문화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다. 복음 안에는 문화를 뛰어넘어 역사하는 능력이 있다. 인간의 말이 아니라 오순절 사건 때 부어주신 성령의 능력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주 예수의 은혜로” 믿는 자들에게 성령을 부어주시며 그 능력에 힘입은 자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고 있는지를 사도행전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단계는 3단계로 나눠진다.

첫 번째 단계로 복음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은 유대문화와 정통적 관행의 중심지였다. 그들은 자신만이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선민의식(particularism)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공동체가 선교적 사명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해가 일어나고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헬라파 유대인 신자들을 중심으로 예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단계로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예수를 증거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헬라파 유대인 집사이며 전도자였던 스데반의 순교는 그 핵심 사건이 됐다.

이제 복음은 유대와 사마리아를 지나 갈릴리 지방과 인접한 이방지역까지 확장됐다. 사마리아인들이 회심하고 계속 복음이 전파됐으며 드디어 사울(바울)이 회심하는 역사가 나타난다.(행 9) 이런 가운데 헬라파 유대인들이 선교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이다.

고넬료의 회심 사건은 이방인들을 받아들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행 10) 그 당시 유대인이 이방인과 교제하는 것이 그들의 규례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베드로가 로마의 백부장인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주님의 구원 역사다.(행 10:34~35) 이 사건이 기독교가 유대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첫발이 됐다.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온 땅 구석구석 하나님을 경배하는 자들이 있기를 원하신다. 복음을 전하는 데는 어떤 장벽도 가로막을 수 없다. 미전도 종족은 지금도 존재한다. 복음을 전함에 있어 민족 사상 나라 문화 등 어떠한 것도 장애요소가 될 수 없다. 이 복음은 이 땅 위에 있는 누구에게나 전해져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땅끝에 있는, 각기 다른 인류의 문화와 다양성에 대한 관점을 보는 것이다. 사도행전은 복음을 전할 때 집단의 문화적 독특성을 인식해야 함을 잘 가르쳐준다. 예를 들면,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인들에 대한 베드로의 접근(행 2)은 이스라엘의 역사와 성경을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울은 아덴 사람들에 대한 접근(행 17)에서 그들의 전통과 철학적 방법론을 이용했다. 복음을 전달할 때, 수용자의 문화와 사회적 구성요소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정흥호 아신대 총장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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